문승찬 LH 제주지역본부 지역균형발전부장

대법원이 1999년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이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시함에 따라 정부는 국토계획법 개정·시행을 통해 2000년 7월 1일을 기산일로 해 20년 후 도시·군계획시설을 해제하는 일몰 제도를 도입했다. 2020년은 일몰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째 되는 해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전국적으로 서울시 면적의 절반 이상인 340㎢, 제주특별자치도에도 39곳, 6.8㎢의 도시공원이 일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도시공원은 오염된 도시환경을 정화하는 '도시의 허파' 역할을 위해 녹지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일자리, 건강, 교육, 공공예술, 커뮤니티, 관광 등 다양한 활동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도시내 공원의 양적 확충과 함께 시민의 접근성을 포함한 활용 가능성이 도시경쟁력의 중요 요소로 평가받고 있으며, 청정 제주의 이미지를 고려할 때 도시경쟁력에서 도시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타 지역에 비해 더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공원의 사회·문화·환경·경제적 중요성과 시민의 도시내 공원 확충에 대한 욕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공원의 확보 및 조성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은 예산확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시·군계획시설 용지로 지정된 후 장기간 방치돼 미집행 도시공원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재원 문제는 일몰이 도래한 현시점에서도 도시공원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눈앞에 닥친 도시공원 일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지방정부가 적극적인 지방채 발행을 통해 도시공원내 사유지를 매입해 조성하는 재정적 방안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도시공원 매입 계획을 마련해 5개년(2019~2023년)간 36곳, 4.48㎢의 공원을 대상으로 총 5757억원을 투입해 매입할 예정이며 올해부터 토지보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는 해제예정인 도시공원을 환경보호 기능이 유사한 도시자연공원구역지정 및 보전녹지로 용도지역을 지정하는 도시계획적 방안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일몰제를 적용받지 않으며 전환시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전제조건으로 두지 않으므로 지자체가 토지보상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때까지 난개발을 일정부분 제한할 수 있는 행정적 이익이 큰 방안이다. 그러나 토지소유자 입장에서는 1999년 헌재 판결로 해결하고자 했던 토지재산권 침해 문제를 다시금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 번째는 민관협력 방안이다. 지자체의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의 자본을 통해 공원시설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순수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민간공원특례사업과 LH와 같은 공기업이 참여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지정을 통한 사업이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모든 공원에 지방재정을 투입해 100%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나, 최근 5년간 급격하게 상승한 토지 가격을 고려할 때 서귀포 혁신도시 6개를 합친 면적보다 큰 대규모 도시공원 부지를 일몰제라는 시간적 한계 내에서 지방재정을 투입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의 일부를 민관협력 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이에 투입되는 지방재정을 상수도 시설 개선 및 하수처리장 확충과 최근 지하수 오염 원인으로 지목되는 중산간 축사 환경 개선 등에 활용해 도내 현안 사항을 해결하는 재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도시공원은 후손에게 물려줄 귀중한 자산이다. 코 앞에 닥친 일몰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공적인 도시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민의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앞에서 언급한 세가지 대안을 적절히 병행하는 선택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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