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 칸전략경영연구원(주) 대표·경영학 박사·논설위원

지난해 대한상의에서 국내기업 업무방식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업무방식 종합점수 100점 만점에 45점이었다.

직장인들은 국내기업 업무방식 종합점수를 '45점'으로 평가했다. 부문별로는 업무 방향성(업무의 목적과 전략이 분명하다) 30점, 지시 명확성(업무지시 시 배경과 내용을 명확히 설명한다) 39점, 추진 자율성(충분히 권한위임을 한다) 37점, 과정 효율성(업무추진 과정이 전반적으로 효율적이다) 45점으로 모두 50점 이하로 조사됐다. 

국내기업의 일하는 방식이 전반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무과정이 비합리적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원래부터 의미없는 업무'(50.9%)라는 응답이 첫 손에 꼽혔다. 다음으로 '전략적 판단이 없는 '하고보자'식 추진관행(47.5%)' '의전·겉치레에 과도하게 신경(42.2%)' '현장실태 모른 체 Top-down 전략수립(41.8%)' '원활치 않은 업무소통(40.4%)' '상사의 비계획적 업무지시(38.8%)' 순으로 조사됐다. 

원인을 심층파악하기 위한 직장인 인터뷰 에서 업무방식에 대한 직급별 대표 문제 인식이 드러났다. 변화하는 시대상과 경영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시대적인 업무관행이 전 직급에 걸쳐 다양한 고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얼핏 보기에 각 직급이 다른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문제의 원인은 일맥상통한다"면서 "'Why에 대해 고민과 협의하지 않는 리더십'과 'Why를 설명하거나 질문하지 않는 소통문화'가 근인이다"며 이에 대한 해결을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업무 경험이 많아야 '척하면 척'이 가능한데 직급이나 역량에 대한 고려없이 이심전심만을 바라니 직원은 깜깜이 업무에 답답하고 상사는 상사대로 결과물에 불만족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런 현상은 어느 한 기업만의 문제일까. 지난해 매출 3천억원대의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는 Y라는 업체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면서 조직문화 진단을 위하여 임원회의 내용을 확인했더니, 창업자인 사장이 일방적인 지시에 임원들은 받아쓰기 바쁘고 지시내용에 대한 토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루는 CEO가 개인적인 미팅을 요청하여 면담했더니, 20년이 지난 고참 팀장이나 임원들이 생각없이 일을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다는 고민을 들었다.

좀 더 내용을 확인해 봤더니 경영기획팀장이 CEO를 대신해 업무를 챙기고 거꾸로 CEO의 지시사항이라면서 임원들에게 지시할 뿐만 아니라, 경영기획팀장이 전 부서의 업무를 임원회의 시 총괄 보고하고 있었다. 

아울러 해당부서에 문제가 있을 경우 담당 임원과 협의를 하지 않고 경영기획팀장과 상의하다보니 임원들은 정보에서 소외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임원들 사이에도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 않고 있었다. 

38년 연혁의 창업자가 모든 분야에 대해 지시하고 세세한 업무까지 챙기다 보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기에, 후계자를 육성하고 중요한 부문만 챙기고 대리급 일이 아닌 CEO의 일을 하시라고 조언한 바가 있다. 한마디로 Y기업의 임원 리더십은 실종돼 있었다. 

이러한 기업에서 업무를 지시할 때 효과적인 지시 방법으로 '구조화된 지시'가 있다. 구조화된 지시란 다음 세 가지로 만들어진다. 업무의 내용인 'What', 업무의 목적인 'Why', 그리고 업무의 방법인 'How'를 질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무지시에는 업무의 내용인 'What'은 포함되지만, 'Why'와 'How'는 누락시키는 일이 많아 문제가 생기기 쉽다. 

직원들에게 업무의 목적인 'Why'를 밝혀야 상사의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다. 상사의 의도를 이해한 담당자는 업무 목적에 맞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상사의 의도를 파악한 담당자는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부딪치는 돌발 상황에도 자기 나름대로 대응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업무의 목적인 'Why'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직원들이 돌발 상황 시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어서 제대로 된 대안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업무방법인 'How'는 사장이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상사의 질문을 받은 직원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하게 된다. 바로 이때 직원의 경험과 지식이 결합되면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이 'How'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답변에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신의 방법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이를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더하게 된다. 
이처럼 'How'를 묻는 것은 부하직원이 업무에서 주인의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일을 시키면 반쪽만 해오는 직원들 때문에 답답하는 리더가 많을 것이다. 일을 지시할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세세하게 알려줘야 하는 걸까. 꼭 그렇지 않다. 지시에 필요한 내용을 잘 담아주면 간결한 지시로도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상사가 지시하는 업무의 목적인 'Why'를 먼저 밝히는 것이다. 그 다음에 "어떻게 조사할지는 잘 생각해보고 내일 함께 논의해보세"라고 해야 한다. 

부하직원이 일을 제대로 하게 만들려면, 업무의 내용인 'What'을 지시할 뿐 아니라, 업무의 목적인 'Why'를 설명해 상사의 의도를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또한 업무방법인 'How'를 질문해 직원이 업무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 

일을 시키면 반쪽만 해온다고, 직원을 탓하지 말고 지시하는 사람이 먼저 구조화된 지시방법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직원이 아닌 상사인 당신에게 있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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