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따뜻한 공기와 북쪽 찬공기 힘겨루기 원인...내달 1~6일 다시 비
북태평양고기압 수축 8월말부터...짧은 시간 많은 비 농작물 피해 우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제주에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고 있다.

폭염이 지나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는 8월말부터 정체전선상에서 발달한 비구름의 영향으로 장기간 비가 내리는 '가을 장마'가 나타나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뿌리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제주에 비가 오기 시작해 도 전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되는 등 29일까지 나흘째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했다.

지난 27일부터 29일 오후 4시 기준 주요 지점 누적 강수량을 보면 북부는 제주 189.4㎜, 남부는 서귀포 212.3㎜·서광 309.5㎜, 동부는 성산 281.7㎜·성산수산 330㎜, 서부는 고산 259㎜·대정 272.5㎜·금악 290㎜ 등을 기록했다.

한라산에도 삼각봉 458㎜, 영실 408.5㎜ 등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지난 27일에는 시간당 60㎜가 넘는 국지성 호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 중기예보를 보면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다시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특정지역에 시간당 30㎜ 이상 집중적으로 비를 뿌리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진다.

8월말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는 단계에서 남쪽으로부터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만나 남부지역에 정체전선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발달한 비구름 영향으로 여름장마 못지 않은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것이다.

기상청 분석 결과 지난해 8~9월 시간당 30㎜ 이상의 국지성 호우가 내린 일수는 8월의 경우 제주시 1일에 그친 반면 9월에는 제주시 1일, 서귀포 2일, 성산 2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1일 서귀포에 태풍 때와 맞먹는 시간당 최고 120.7㎜가 넘는 강한 비가 내려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같은달 12~13일 한라산 성판악과 성산, 남원 태풍센터 지점에 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고, 서귀포 남원읍 일대에 시간당 최고 8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기도 했다.

비가 계속될 경우 여름장마 기간 강수량을 뛰어 넘을 수도 있다. 올해 제주 장마기간(6월 26일~7월 19일) 누적 강수량은 제주시 430.8㎜, 서귀포시 519.8㎜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장마와 달리 가을장마는 기상청 공식 용어는 아니다. 때문에 여름장마와 같이 기간을 따로 잡지는 않는다"며 "8월말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는 시기에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소낙성 호우가 잦아지는데, 내달 초까지 정체전선 영향으로 장기간 비가 지속되는 것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비로 농작물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지난 26일부터 비가 내린데다 내달 초까지 계속되면 동부지역에 당근과 무, 서부지역에 양배추, 중간간 지역에 감자 등 농작물의 생육지장과 병충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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