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지역 지하수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하수의 질산성질소 농도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오염 위험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하수 오염 문제는 가축분뇨와 화학비료의 과다 사용 등으로 서부지역에서 주로 제기돼 왔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깨끗할 것으로 여겨졌던 동부지역 지하수마저 오염이 우려되면서 여간 걱정이 아니다.

제주연구원 박원배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동부지역 지하수 오염원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동부지역 지하수의 질산성질소 평균 농도는 2.5㎎/L(표선)~2.8㎎/L(성산)다. 이는 먹는물 수질기준(10㎎/L)으로 볼때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의 질산성질소 변화 추세를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구좌읍의 경우 2014년 3.0㎎/L에서 2018년 4.0㎎/L을 넘어서는 등 다른 지역보다 크게 증가한 탓이다.

이처럼 동부지역 질산성질소 농도의 증가는 지질 특성에 기인한다. 토양층이 얇고 투수력이 좋다보니 단기간에 화학비료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곶자왈과 숨골 등이 발달해 비료나 가축분뇨 등 오염물질이 지하로 유입되기도 쉽다. 실제 구좌읍의 질소 판매량은 10a당 2015년 37.5㎏에서 2018년 43.2㎏로 늘었다. 연평균 5.2%의 증가세로 도 전체 증가율(4.1%)을 웃돈다. 여기에 해발 200m 이상에 축산분뇨 배출 시설이 산재한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동부지역은 지하수 지속이용가능량이 서부지역의 2.3배에 이를 정도로 지하수량이 풍부하고 수질이 청정하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보전·관리에 관심이 부족했던 점도 없지 않다. 지하수 오염은 이제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농가의 적정 비료 사용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점검은 물론 토양과 오염 관계 분석 등 지하수 오염 방지를 위한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주의 생명수를 잃고 나서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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