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주민 공론조사를 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도민사회에 많이 펴져있다. 모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공론조사에 찬성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숙의형 민주주의를 말하고 자기결정권을 얘기한다. 이 공론조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과연 시행은 가능한 것일까.

숙의형 정책개발이라는 것은 주로 지역단위에서 '여러 사람이 어떤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한다'라는 뜻으로 민주주의 한 유형을 의미한다. 자기결정권은 헌법에서 사적인 영역에 성적이나 생명과 신체처분, 자기책임의 원리에 의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들이 국가 주요 기간사업에도 인용하자는 것은 원래의 뜻을 확대 해석하는 것 같다. 국가사업을 숙의형이나 자기결정권에 의해 지역단위에서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 국토를 효율성 있게 관리하고, 모든 국민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정부의 주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혈맥 같은 교통망은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며 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 고속도로. 전철, 항만 등과 더불어 세계화와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항을 건설한다.

동네 단위의 유·불리보다는 넓은 시야로 국가 미래 수요를 보며 전문가들과 함께 기획한다. 제주도는 섬이기에 항공교통을 주 교통수단으로 정했고, 제주도의 요청도 있어 기반시설인 공항을 국비로 건설하는 것이며, 시행과정에서 주민들의 피해는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주민의사를 가능한 범위에서 수용하지만 공항건설을 주민이 결정하겠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가업무와 지방자치업무는 다르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제2공항 입지선정 이후 도민에게 선정과정과 여러 궁금증 등을 전문가와 함께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통해 해소하려고 시도했지만 반대 측의 봉쇄로 제대로 설명할 기회가 적었다. 반대 측 요청으로 국책사업에서는 해 본 일이 없는 타당성 재조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특별한 오류가 없다는 국토부의 설명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 측의 설명은 계속적으로 봉쇄됐고, 도민들에게 합리적인 정보 전달은 차단됐다. 반면에 반대 측은 많은 기자회견을 통해 용역의 부실을 주장하면서 운동장을 기울게 했고, 그 후 실시된 여론조사로 당위성이 있다고 하고 있다. 민주적인 절차를 말하면서 논의의 장은 균형있고 공정하지 않았다. 넓은 의미에서 설명회도 공론화의 한 과정인데 이를 물리력으로 차단하고, 다시 공론화를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공항은 국내외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혼잡을 해소하고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용할 항공기 성능과 조종, 공역과 항공관제 등 여러 항목에 대해 세계적인 기준의 이해와 전문성이 함께해야 하는데, 상식적인 논리로 지역에서 공론화해 결정하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제주도는 도민 것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토의 일부이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향유할 아름다운 땅이다. 전 지역과 세계로 연결하는 교통망을 확충해서 이용객이 불편이 없도록 하자는 일이다.

지난 7월 국회 예결위원회에서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오영훈 의원의 질의에 아래와 같은 요지로 답변했다. "제주도에 공론조사를 요청할 의향이 없다. 제2공항은 제주도가 요청해서 설치하는 공항이다. 국책사업에서 유래 없는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를 구성하여 14번의 회의와 3번의 공개토론회를 가졌고, 거의 6개월 가까운 기간을 운영했다. 10월에 기본계획을 고시할 예정이며 상생방안에 대해서는 계속 의견을 수렴하겠다." 이런 정부의 태도로 보아서는 주민 공론조사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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