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중기중앙회제주지역본부 조사 업체당 1억2580만원 필요 추산
60% 자금 곤란 호소, 은행 자급차입 한계…"대책 없다" 38.9%

"뭘 해도 매출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금 사정은 좋지 않지만 명절은 쇠야 하지 않겠나 싶어 방법을 찾고 있다"

2일 제주시내 모 은행 대출 창구에서 만난 A씨는 한참 상담을 받다 한숨만 내쉬었다. 10년 넘게 식품가공업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올 추석이 유난히 버겁다"는 말만 반복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2017년 사드 보복 위기까지 넘었지만 올해는 '돈'을 제대로 쥐어보지 못했다.

A씨는 "관광객이 늘었다, 정책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은행에 담보를 제시해도 거절당할 때는 죽고 싶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추석을 앞둔 제주지역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바닥이다. 올 추석 중소기업 당 평균 1억2580만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70%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도내 48개 중기를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자금 수요조사에서 응답 업체의 60%가 자금 곤란을 호소했다. 지난해 추석에 비해 23.0%포인트나 증가했다. 사드 충격이 컸던 2017년 48.9%가 어렵다고 답했던 것과 비교해서도 12.1%포인트 높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이유로는 58.3%가 '판매 부진'을 꼽았다. '판매대금 회수 지연'이 33.3%나 되는 등 내수 부진 영향이 컸다.

'경기 둔화로 인한 매출 부진'은 경영 부담으로 이어졌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업체 2곳 중 1곳(50.0%)은 '인건비 지출'이 버거워졌다고 답했다.

추석자금 부족률은 73.5%나 됐다. 지난해 추석(27.3%)보다 46.2%나 증가했다. 부족자금 확보(복수 응답)를 위해 판매대금을 조기 회수(55.6%)하거나 결제대금 지급을 연기(55.6%)하겠다는 업체가 많았다. '대책이 없다'는 응답도 38.9%나 됐다.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융통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기관에 도움 요청을 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35.0%로 지난해 추석보다 1.7%포인트 늘었다. 신규대출 기피(38.2%)와 재무제표 위주 대출(35.2%), 부동산 담보 요구(32.4%) 등으로 자금조달에 고배를 마셨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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