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웅 자비정사·논설위원

한때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4용(龍)이라 불렀다. 경제 수치가 치솟기를 마치 용이 하늘을 난 듯 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들 4용 중에서 유독 한국만 IMF 신세를 진 적이 있다. 그 이유를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한국이 정치 경제 분야에서 시스템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기업 경영이 그러하듯이 국가 경영 역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국가 경영의 핵심이 무엇인가. 국민들의 능력과 국가 자원을 국가 발전이란 목표에 집중해 동원하는 기술이 국가 경영이다. 그런 기술의 핵심에 시스템이 있다. 시스템이 확립돼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가 선진국이요, 시스템이 미비하거나 없는 국가는 후진국이다. 안타깝게도 그간에 우리나라는 바람직한 시스템의 뒷받침 없이 이미 선진국이라도 된 양 흥청망청하다 어느 순간 실력 바닥이 드러나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게 됐다. 

그러기에 기업의 경쟁력이나 국가의 경쟁력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시스템에 관련된 한 쉬운 예를 들어보자. 한국과 대만도 같은 시기에 영수증 주고받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대만은 성공했고 한국은 실패했다.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대만인들은 수준이 높고 한국인들은 그렇지 못하여서일까. 전연 그렇지 않다. 시스템 탓이다. 대만은 모든 영수증에 복권 번호를 붙였다. '영수증 복권제'란 시스템이다. 대만은 매달 영수증에 적힌 복권 번호대로 복권 추첨을 했고 연말에는 모든 영수증을 대상으로 복권 추첨을 했다. 그러기에 대만 국민들은 앞다투어 영수증을 모았다. 그 결과로 대만의 영수증 주고받기는 대성공했다. 

한국은 금융실명제까지 실시하면서도 영수증 주고받기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지 못했다. 시스템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질서이다. 무질서한 시대에 질서를 지키며 품위 있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시스템 효과에 대한 한 예를 은행 객장에서 생각해 보자. 지난날에 은행 객장에는 질서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질서 정연하다. 국민 의식이 높아져서일까. 그런 면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대기 번호표'라는 작은 시스템 덕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개혁하면서 개혁을 노래했지만 개혁이 제대로 되지를 못했다. 

왜 그럴까. 시스템을 소홀히 한 탓이다. 우리나라의 큰 적폐 중 한 가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감옥으로 간다. 그런데도 부패나 적폐는 사라지지 아니한다. 왜 그럴까. 부패와 적폐가 일어나는 구조에 대한 시스템 개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와 국가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고치는 구조 개혁이 이뤄져야 하는데 시스템은 그냥 두고 개인적이고 정권적 차원에서 진행시키니 개선되지를 않는다. 

시스템을 개혁해 선진 한국으로 가려는데 왠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나가자'라는 말이 떠오른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제 폭압기에 겨레에 희망을 전파하려 애쓰셨던 분이다. 그는 절망적인 시대를 살면서도 날이면 날마다 '훈훈한 마음에 빙그레 웃는 얼굴로 살아갑시다'를 강조했다. 안창호 선생은 한결같이 이르기를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돼 자주독립 국가를 이루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건전한 인격을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 개개인의 건전한 인격에서 자주 독립을 이루어 나갈 미래가 열린다고 강조하곤 했다. 선생은 강연할 때마다 마지막에 청중 모두가 일어나게 해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게 하고는 '나가자'를 큰 소리로 삼창(三唱)케 했다고 한다. '나가자'는 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하여의 첫 글자를 모은 말이었다. 요즘 나랏일에 염려들이 많다. 염려하며 수심에 잠길 것이 아니다. '훈훈한 마음에 빙그레 웃는 얼굴'을 가질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미래를 향하여 전진하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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