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상무·선임기자

무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중앙정치 바라기' 행보로 제주사회가 시끌벅적하다.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준엄한 서약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내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보수성향 후보 지원을 위해 도민을 끌어들이는 발언을 서슴지 않자 비판론이 이어지고 있다. 

원 지사의 도민서약 파기 및 선거중립 의무 위반 논란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 극복 대토론회'에 참석,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한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불거졌다. 

이날 보수 야권 유력 정치인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원 지사는 "내년 총선은 3년 된 촛불 민심이 기득권화된 가짜 촛불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로 만들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고집불통의 오만이 권력의 끝판왕을 보여줄거라고 생각한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이날 참석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중진들의 수도권지역 출마론에 발언시간을 대부분 할애한 것과 달리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강조했다.

이처럼 원 지사가 중앙정치 활동을 재개하자 "도민만 바라보겠다"는 약속도 빛이 바랬다. 지난해 민선7기 출범식에서 민생안정에만 전념하고, 도민의 부름과 명령이 없으면 중앙 정치무대에는 서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중앙정치 병이 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원 지사가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심판을 위한 자신의 보수통합 역할에 대해 "제주도민들과 함께 지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자 도민사회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책임론도 적지 않다.

원 지사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평화당 제주도당은 29일 논평을 내고 "원 지사의 총선 관여 발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선거관여 금지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민평당에 이어 시민사회단체도 원 지사의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제주민중연대가 지난달 30일 제주농업인회관에서 마련한 '원 지사 퇴진운동의 방향과 전망' 토론회의 주제발표자들은 주민소환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도민적 지지와 민심을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시민단체 소속 주제발표자는 모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자신의 중앙정치 발판을 다지기 위한 이미지 강화라고 지적하면서 공식석상에서 원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가능성까지 꺼내들었다.

결론적으로 원 지사의 행보를 향한 비판론은 도민에게 충성해야 할 도백이 쓰레기·상하수도 등 풀지 못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핵심이다.   

도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할 도백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강화에 도민을 끌어들일 경우 7개월 남겨놓은 총선의 조기 과열은 물론 이에따른 줄세우기·편가르기 폐해로 산적한 지역현안 해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지사가 지난해 7월 1일 태풍 내습에 대한 대응으로 민선7기 취임식을 생략했지만 민선6기 취임선서에서 밝혔듯 도백의 책무는 주민의 삶을 살찌우는 것이 책무다. 중앙정치인 시절에는 당리당략을 위해 거침 없는 발언을 하는 것이 책무라 할수 있지만 도백은 다르다. 정부·여당과의 불협화음으로 주민숙원사업 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제주발전에 필수적인 재원(국비)이 확보되지 않으면 도민만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초심을 지키는게 어렵지만 도민을 우습게 보면 도백의 책무를 잊을 수 있다. 그래서 원 지사는 도민을 무시하기 보다 무서워하는 마음을 늘 간직해야 성공한 도지사로서, 그리고 자신이 품고 있는 중앙정치의 성공 발판을 제주에서 마련하고 강화할 수 있다. 남은 임기를 마칠때까지 늘 도민과 함께하는 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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