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한 사설갤러리가 공공미술관에서 힘든 미술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어 미술인과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미술사랑을 표방한 세종갤러리(관장 양미경)는 지난해 제주지역 젊은 작가들을 초청해 ‘하늘의 별따기’전을 열어 화제를 부르더니 올해에는 오는 9월 5일부터 19일까지 보름동안 2002 광주비엔날레 초대작가이자 민족미술인협회 공동대표인 주재환씨 초청 ‘이 유쾌한 씨를 보라’전을 갖는다.

 주씨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크기의 비교, B-52: 빈 라덴’을 출품해 ‘유네스코 프라이즈’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9·11 뉴욕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빈 라덴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때 사용한 B-52의 실물크기를 10분의 1로 축소 대비시킨 작품으로 지구촌의 불평등 구조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담고 있다.

 양미경 관장이 주재환전을 기획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순의 나이에 서울 아트선재센터 초청으로 지난 2000년 11월 25일부터 2001년 1월 21일까지 열린 주재환전을 보고 받은 강한 충격과 작가의 넘치는 예술혼을 제주화가와 애호가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갈망 때문이다.

 그래서 양 대표는 그 길로 주재환전 초청기획에 들어갔다. 힘겹게 운영하는 사설갤러리에서 유명 화가를 초청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예산문제로 속을 썩이다가 기획 2년만인 올해 9월에 원을 풀게 된 것이다.

 “주재환 선생님의 작품의 재료는 하나같이 좋은 재료들을 이용한 작품들이 아니었어요. 거기에는 발상과 표현의 자유 자재로움이 두드러졌고, 미술이란 삶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양 관장의 설명처럼 주씨는 값비싼 재료 대신 우리 눈에 보이는 일상의 사물, 비가시적 언어, 쇼핑백 비닐끈 은박지 약봉지 등 폐품과 온갖 잡동사니를 재료로 그 특유의 유쾌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아침에 동네 한바퀴를 돌아 수거한 재료를 모아 딱풀·형광펜·테이프 등을 이용해 작품을 후딱 만들어 내지만 큰 울림을 준다. 이렇듯 그의 작품들은 주변의 소재와 재료를 통해 잘못된 소비 행태, 환경 파괴, 강대국의 패권주의, 인권문제 등 현실적이고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에는 광주비엔날레에 출품작 등 작가의 화풍과 내면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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