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종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 회장직무대행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이 '기'와 '혈'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기운을 말하는 '기'는 가볍고 원활하게 잘 돌고, 피를 뜻하는 '혈'은 맑고 깨끗해야 한다. '기'가 체하거나 막히면 기막히는 일이 생기고 '혈'이 탁하게 되면 혈관성질환에 노출된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기'와 '혈'이 균형을 이루어야 건강하다고 한다.

'기'가 공공복지이면 '혈'은 민간복지이다. 즉, 행정에서 주도하는 '공공복지'는 지역과 시민 모두의 복지를 위한 지역복지 시스템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복지의 기운과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민간복지'는 각자의 기능과 역할에 맞는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공공복지'가 작동시키는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역복지 시스템이 작동될 때 비로소 시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리는 복지, 누구에게나 통하는 복지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사회복지가 지역복지체제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이러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역복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구축되고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은 복지의 '기'와 '혈'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간의 기능이 행정에 종속되거나, 상하관계로 작동되어서도 안 되고 합의된 지역복지 시스템의 작동에 민간이 무관심하거나 무책임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 '공공'과 '민간'의 소통은 제도화되어야 하고 '민간'과 '민간'간의 소통 역시 시스템화 되어야 한다.

'공공'의 어느 개인이나 '민간'의 특정기관이 주도하는 지역복지 시스템은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일 수밖에 없다. 복지의 '기'와 '혈'의 균형은 지역복지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가치이다. 그 균형은 오직 '소통'으로서만 가능하다. 지역복지의 주체가 '소통'없이 시민들의 체감도를 높이는 복지정책과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소통'없이는 복지의 '기'가 막히고 '혈'이 탁해진다.

최근 우리 제주지역 사회복지현장은 큰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커뮤니티 케어 장애인분야 선도사업과 노인 예비형 선도사업 지역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각각 선정돼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기 시작했고, 제주형 지역사회 통합돌봄모델 개발과 제주도민의 '복지기준선'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굵직굵직한 복지현안들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걱정과 우려가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모든 변화와 도전은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야만 넘을 수 있는 파도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통을 기반으로 한 '공공'과 '민간'의 균형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 시스템이 작동되느냐에 따라 거대한 파도 안으로 빨려 들어가 좌초될 것인지, 파도를 타고 넘어 안전한 항해를 하게 될 것인지 판가름 날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이 거대한 도전 앞에서 '공공'과 '민간'이 균형을 제대로 유지한 채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권리로서의 복지라는 의미를 반영함으로써 우리나라 복지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일으킨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1999년 9월 7일을 기념하는 법정 기념일이 '사회복지의 날'이다. 오는 9월 7일 '사회복지의 날'은 스무 돌을 맞는다.

지난 20년 간 우리 제주지역 복지수준의 성장세는 놀라울 수준이다. 그러한 성장은 '공공'과 '민간'의 끊임없는 '소통'과 '균형'을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로운 20년 동안에도 분명 제주의 복지수준은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다. 그때 역시 복지제주의 원동력은 '소통'을 기반으로 한 '공공과 민간의 균형'이라고 얘기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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