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국 할아버지는 지난 1949년 9월 1일부터 쓴 일기를 서귀포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감귤 재배 1세대인 오봉국 할아버지 일기는 제주 생명산업인 감귤산업발전의 실체를 검토하는 데 자료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귤재배 1세대 오봉국씨 68년 영농기록 감귤박물관에 기증 결심
최초 공개 감귤 전문 영농일기근현대 제주 감귤산업 연구 가치 커

80대 할아버지가 70년 가까이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감귤 영농 일지를 서귀포시에 기증한다.

오봉국 할아버지(87·서귀포시 토평동)는 지난 1946년 9월 1일부터 작년까지 68년 동안 자필로 기록한 모두 63권의 '감귤영농일기'를 서귀포시에 기증한다.

이에 따라 시는 오는 6일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에서 감귤영농일기 기증행사를 개최하고, 1세대 감귤 재배 농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감귤박물관에 전시해 감귤의 우수성과 가치 등을 도민과 관광객에게 공유할 계획이다.

오봉국 할아버지가 쓴 영농일기 1권 표지

오봉국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말 일본인으로부터 감귤나무 2그루, 감나무 1그루를 받아 키운 것이 감귤 농사의 시작"이라며 "당시 감귤나무 접수도 귀하고, 묘목은 전혀 없어 힘들에 영농에 몰두했고, 감귤 재배 정보가 없다보니 일본어로 된 감귤 월간잡지를 일본에서 구해 공부하면서 농사했다"고 회상했다.

오봉국 할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 개학 첫날인 1949년 9월 1일 당시 선생님이 '일기는 개인의 역사가 된다'라고 말한 것을 듣고 쓰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며 "학창시절에는 일상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날씨, 농사 물품 구입, 방재, 시비, 제초작업, 수확, 저장, 판매 등 감귤 재배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오봉국 할아버지가 쓴 영농일기 1권 1면

그러면서 "군 생활 3년을 제외하면 그동안 몸이 아플 때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썼다"며 "혼자 두고 보는 것보다 박물관에 보관해 모든 사람이 함께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성욱 서귀포시 감귤박물관 학예사는 "68년에 걸쳐 작성중인 오봉국 선생의 일기는 감귤 전문 영농일기로서는 최초로 공개된 사례"라며 "1960년을 전후로 한 근현대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산업발전의 실체를 검토하는 데에 자료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한 집안의 일생의례, 의식주 생활사, 서귀포시 토평동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역사의 단상을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민속학적으로도 귀중한 자료"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귀포시는 1950~1960년대 감귤 산업 태동기에 활약한 1세대 영농인을 대상으로 '제주감귤의 발전상'이란 주제로 구술을 채록하는 등 기록을 수집하기 위한 현지조사를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윤주형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