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 논설위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하며 잔뜩 기대했건만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이 더 적절할 듯하다.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의혹을 보도했고 야당은 청문회를 늦춰가며 철회나 사퇴를 요구했지만 결국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한 달 가까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조국대전 시즌1은 이렇게 폐막을 맞고 있다.

가족과 관련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수많은 의혹과 언행불일치의 특권적 삶에 국민은 실망과 분노했고, 특히 대학생들은 분기탱천하여 촛불시위로 정의를 외치며 뜨거운 여름을 더욱 뒤끓었다. 야당으로서는 문대통령의 행동대장이라는 조국을 낙마시키는 것은 정국 주도권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자 기회였기에 공격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소위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등재 여부도 계속 유보했기에 조국대전은 어떤 드라마보다 주목되는 관람 거리였다. 

그런데 끓는 국에 맛 모른다고 했던가. 그렇게 떠들썩한 소문과 큰 기대에 비하면 언론과 야당의 칼날은 실속도 없고 무뎠으며 오히려 여러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과 분노와 분기탱천은 영문도 모르고 부화뇌동하며 경거망동한 것은 아닌지 반추하게 한 것이 사실이다. 미련하게도 평론가로 관람하던 드라마에 어느새 빠져서 감정이입이 된 것이다.

고위 공직자에게 국민 상식에 맞는 도덕성과 직무를 위한 업무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다. 그리고 국민의 권리를 대리해 언론과 국회가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업무능력을 청문하고 검증하는 것은 민주 국가의 절차적 정당성이다. 하지만 이번 조국대전에서 언론과 특히 야당의 검증은 초보적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듯하다. 의혹은 많으나 결정적 증거가 없는 검증의 과정으로 허무하게도 조국대전의 예고는 블록버스터였으나 재미있는 드라마는 되지 못했다.

기자간담회는 이번 무미건조한 조국대전의 결정판이다. 야당은 기자간담회를 국회 기습침략이고 셀프해명이며 대국민 변명 쇼라고 일갈하지만 이 쇼를 만들어 준 일차적 책임은 야당에 있다. 더불어 어쨌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제대로 따지지 못한 책임은 언론에 있다. 중진급이나 그동안 의혹 기사를 써왔던 기자들은 뒤로 쏙 빠지고 참으로 비겁하고 한심하게 상황 파악도 안 된 젊은 기자들에게 다 떠넘겼다는 어느 기자의 자조적 비판은 언론의 무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다음 날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진 야당의 반박 간담회는 숲은 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부분들만 무리하게 남발하면서 오히려 아니함만 못한 것이 되고 말았다. 한영외고 영어 내신등급의 시비가 그 대표적이다.

조국대전으로 제기되어 이 여름을 뒤끓게 한 수많은 의혹과 논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장관 자격을 입증하는 동인이 됐다. 수많은 의혹에 대해 송구하다, 잘 모르겠다, 수사 중이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기도 했지만 고(故) 김용균씨를 언급하면서 금수저 강남좌파이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제도를 만들어 보겠다는 고민과 만신창이가 됐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소신의 일관성을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비난받아 마땅하다면 국민 정서와 관련된 비판을 수용했고 그 시대의 제도와 관행에 비춰 도덕성을 가늠하게 하는 공감도 이끌어냈다. 이러한 점에서 조국에게 기자간담회는 반전의 모멘텀이 된 것이 분명하며 반대로 야당의 최고 전략적 패착이다. 

사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결국 본인의 관련성이 핵심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조국대전 시즌1은 이렇게 끝날 것 같다. 그런데 앞날을 알 수 없는 것이 이제 정치의 무대가 여의도에서 서초동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의 결과는 조기 해임의 낙마나 대권 주자로의 반전이라는 조국대전 시즌2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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