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서호동 등 농가 4곳에서 25동의 시설하우스가 파손되는 등 강풍피해를 입어 8일 해병 9여단 군장병과 하우스 철거 전문업체 등이 투입돼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1만2000여가구 정전·양식장 2만여마리 넙치 폐사·항만시설 파손 등 피해 속출
8일 하늘길·바닷길 운항 재개...위험반원 들어 바람 강한 반면 속도 빨라 비 적어

지난 주말 제13호 태풍 '링링'이 제주를 강타하면서 곳곳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겼다.

태풍이 빠르게 이동하며 몰고 온 강한 바람으로 정전과 시설물 파손 등 피해가 속출해 민관군이 복구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태풍 '링링'의 직접 영향권에 든 6~7일 도내 시설 피해는 120여건으로 집계됐다. 

안덕 신호등 안전조치.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공공시설 피해는 항만시설 3곳과 학교 강당·체육관 파손, 교통시설물·가로등 파손 등 70여건이다.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내 95m짜리 크루즈 관광객 이동용 무빙워크가 침수됐고,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동방파제 안전난간 500m가 파손됐다. 위미항 방파제 공사용 등부표 2기도 유실됐다.

제주시 봉개매립장과 색달매립장에서도 시설피해를 입어 8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강한 바람에 도내 초등학교 강당과 체육관 시설이 파손되는 등 30개 학교가 피해를 입어 도교육청이 긴급 복구에 나섰다.

노형오거리 중앙분리대 안전조치.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이밖에도 도로 교통신호등과 중앙간이분리대, 교통표지판, 가로등, 가로수 등이 파손되거나 쓰러졌다.

사유시설은 50여건의 피해가 접수됐는데, 서귀포 지역 양식장에서 정전과 모래 유실로 넙치 3만5000여마리가 폐사했는가 하면 서귀포시 태흥2리항과 하효항, 운진항에서 어선관리선 1척과 레저보트 2척이 침몰했다.

또 서귀포시 서호동 등 농가 4곳에서 25동의 시설하우스가 파손되는 등 강풍피해를 입어 8일 해병 9여단 군장병과 하우스 철거 전문업체 등이 투입돼 긴급 복구작업을 벌였다.

서귀동 공사장 안전초지.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서귀포시 서귀동의 한 공사장에서는 펜스가 넘어지면서 주변 차량이 파손되고 담장까지 덮친데다 제주시 연동과 삼도이동, 애월읍 고성리에서는 건물 외벽이 무너지거나 유리창이 파손돼 소방당국이 안전조치에 나섰다.

6~7일 밤사이 강풍으로 전신주가 부서지고 변압기가 고장나면서 도내 1만2602가구가 정전피해를 입기도 했다.

태풍 특보 발효로 제주공항은 6일 오후 95편(출발42, 도착53)에 이어 7일에도 320편(출발 164, 도착 156)이 결항하는 등 이틀간 불편이 빚어졌지만 8일 항공기 운항이 정상화했다.

해상 기상악화로 이틀간 통제됐던 제주기점 7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도 8일 재개했다.

노형동 빌라 안전조치.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이번 태풍 '링링'의 가장 큰 특징은 바람이 매우 강하고, 이동 속도가 빨랐다는 점이다.

태풍이 제주를 지날때 시속 30~40㎞의 빠른 속도로 이동한 반면 강우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태풍 링링이 북상한 6일부터 7일 오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한라산 윗세오름 396㎜, 어리목 330㎜, 제주 103.5㎜, 서귀포 62㎜, 성산 46.4㎜, 고산 41㎜ 등이다.

태풍이 제주에 근접한 7일 자정부터 오전 2시 사이 한라산 윗세오름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39.3m, 고산 초속 37.7m(9월 기준 역대 3위), 성산 초속 27.5m(9월 기준 역대 4위) 등을 기록했다.

강력한 태풍의 힘에 북태평양고기압과 중국 상층에 있는 제트기류 양쪽에서 끌어올리는 힘까지 더해져 그 사이길을 따라 이동하며 태풍 속도가 빨라졌다는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태풍이 오래 머물수록 비가 많이 오게 되는데 빠른 속도로 올라오다보니 비구름이 발달하지 못한 반면 우리나라가 태풍의 위험반원인 오른쪽 반원에 들어 바람은 더 강해졌다.

기상청은 8일 오후를 기해 제주도 산지와 남부에 호우예비특보를 발표했다. 9일 오후까지 50~100㎜, 많은 곳은 150㎜ 이상의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다.

외도 가로수 안전조치.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9개반 25명으로 자체합동조사단을 구성, 13일까지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피해조사를 마치고 16일까지 사유시설 피해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다. 

피해조사를 완료하면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예비비, 재난관리기금, 재난구호기금 등을 활용해 피해를 입은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도는 군부대·지역자율방재단과 협력해 피해시설 복구작업과 함께 안전조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권·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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