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영 제주한라대학교 응급구조과 교수 / 논설위원

새 학기를 맞아 외국인 학생들에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영어로 가르치게 되었다. 주로 문화 간 차이에 따른 전략적 소통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첫 수업에 문화 간 비즈니스 소통에 방해되는 '스테레오타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정 단체나 국가에 적용되는 행동 양식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인식개념을 스테레오타입이라고 설명한 후 "여러분은 한국인에 대해 갖고 있는 스테레오타입은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많은 외국인 학생들은 "빨리 빨리"를 외친다. 곧 이어, "중국인은요"하고 묻자 "시끄러워요"라고 한다. "일본인은 어때요"라고 물으니 "조용해요"라고 대답한다.

한국인은 퀵서비스 등 소위 '배달 민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급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은근과 끈기의 유교적 뿌리가 있다. 
중국인은 시끄러운 것 같아도 소위 36계 및 손자병법을 어려서부터 익혀서 그런지, '전략적 영민함'이 있다.
일본인은 일반적으로 친절해 보여도 실제로 비즈니스 문화에서는 소위 '남성적' 문화라는 1960년대 호프스테드 (Hofsted) 연구 결과가 있다. 남성적 문화는 '경쟁적이고 완벽을 추구하는 문화'이다.

사실, 한·중·일은 모두 유교권이라는 공통의 문화유산이 있지만 조금씩 다른 문화적 양상을 나타낸다. 중국에 관시가 있다면 한국에는 의리가 있다. 일본은 '기리(은혜에 대한 보답)'와 '와(조화)'가 있다. 일본이 '국화와 꽃'이라는 양면성이 있다면, 한국은 농경 문화적인 집단 문화의 특징을 드러내면서도 한국 경제의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낸 철저한 개인주의적 성향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인이 외국인 학생에 대해 갖고 있는 스테레오타입은 무엇이냐고 외국인 학생들에게 질문하자 모두가 눈빛을 반짝인다. 아마도 한국에서 겪은 경험담을 각각 떠올리는 표정이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입장에서 한국인을 바라보았지만 이제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도록 이끌기 위해 던진 질문이다. 우리 다음 수업에는 이것을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지 생각을 나누자고 말했다.

필자는 문득 수년 전 한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MBA 과정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로 금융, 제조, 전자,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케팅, 영업, 재무, 인사, 법무 등 일을 하는 대리, 과장, 부장급의 매니저들이었는데 그때 수업 중 학우들이 외국인 직원에 대해 이야기했던 스테레오타입 몇 가지가 기억이 난다. 

'외국인은 눈치가 없어요' '한국인은 일 시키면 요령껏 알아서 하는 부분이 많은데 외국인은 일 시키면 일일이 다 가르쳐 줘야 해요' '상사 말을 잘 못 알아들어요'.

사실 이들 MBA 학생들의 특징이 떠오른다.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순발력과 눈치'였다. 강의 들을 때는 집중하고, 팀워크할 때 효율적으로 진행하며, 발표할 때 결과물을 자신감있게 발표하는 일련의 흐름을 짜임새 있게 효율적으로 해내는 모습을 보고 '아 이런 인재들이 있기에 한국 기업들이 저만큼 해 나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오늘도 외국인 학생들과 수업을 해보니 과연 한국 학생에 비해 눈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 가르치는대로 순진하게 받아들이고 명랑하고 밝은 편이다. 성실하고 영리한 학생들이 의외로 눈에 많이 띈다. 대부분 고향을 멀리 떠나와서 그런지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얼굴빛이 환해진다. 

필자가 이들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일까. '눈치는 없지만 영리하고 따뜻한' 학생들 같다.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잘 적응해서 제주도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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