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 / 논설위원

일본의 아베 총리가 자유무역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자유무역을 주창한 바로 다음 날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재의 수출을 통제하므로 발생한 한일 간 무역 분쟁이 양국 간 감정싸움으로 번져 서로 관광을 피하는 바람에 제주도 관광업계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도 내의 관광업계로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팔리지 않으면 두었다가 나중에 팔면 되는 다른 상품과 달리 관광 산업은 그때 소비되지 않으면 없어지는 성질이 있으니 다른 산업보다는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차제에 제주 관광 전체에 대해 다시 점검해 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제주도는 섬인 관계로 지속가능성을 다른 지역보다는 더 세밀히 따져야 한다. 달리 말하면 관광객이 무한정 많이 오는 것이 도민들에게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기 오염이야 정책을 제대로 마련하면 줄일 수 있지만, 물 부족과 교통 혼잡, 그리고 쓰레기 발생 증가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제주도의 수용 가능성과 목적을 따져봐야 한다. 

관광에 국한해서 생각해 보면, 제주도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관광객들에게 제주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관광객들이 제주에 와서 쓰는 돈이 제주의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원론의 제일 중요한 명제는 모든 재화는 부가가치가 많은 순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적은 관광객이 많은 돈을 쓰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싸구려 관광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 단체관광이다. 한 방에 열 명씩 재우고 질 나쁜 음식을 제공하며 무료 관광지만 다니도록 하면 학생들에게 제주에 대한 인상만 나쁘게 만들게 된다. 그리고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대(hospitality)'다.

관광객들이 환대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야 돈을 쓰려고 하고 다시 오려고 할 것이다. 이 점이 지금 우리 제주 관광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이것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온 도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관광객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안 오면 더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제주도민 모두는 관광객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관광객이 줄어들면 우리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여러 해 전, 8월 하순에 동해안을 여행한 적이 있다. 그 큰 호텔에 달랑 5팀이 들어있으니 호젓하고, 직원들도 정성을 다하니 무척 좋았다. 여행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사람이 많이 가는 곳에 가려는 경향이 있으나, 그런 곳에 갔다가 고생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소위 비수기에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은 시간과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그런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제주에는 골프장도 많고 올레길도 좋을 뿐만 아니라 산과 바다, 그리고 오름과 억새가 하늘거리는 들판 등 많은 자원이 있으니 스토리텔링만 잘하면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비록 지금 국가 간 갈등 관계에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끼리는 이럴 때일수록 유대를 강화해 이웃으로서의 관계를 돈독히 해 두는 것이 장차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본 상품을 사지 말자는 운동을 펼치는 것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으나, 아베 총리로 대표되는 일본 우익과 일반 일본 국민,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분리해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약하다. 이럴 때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구호를 가슴에 되새기면서,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힘을 합치는 것이 국가와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지혜와 힘을 모으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