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부 차장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은 예부터 설날과 단오와 함께 3대 명절로 꼽혔다. 추석에는 풍성함을 감사하고 나누는 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떡을 빚어 나눠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뜻에서 추석이 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 속담을 덕담으로 주고받는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은 덕담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언제부턴가 추석 연휴가 되면 고향을 찾는 대신 해외여행을 가거나 혼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다 추석 연휴 쉬는 날을 두고 '양극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과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성인 남녀 28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8%가 올해 추석을 혼자서 보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성인 5명 중 1명은 추석 연휴를 나홀로 보낸다는 셈이다. 추석을 혼자 보낸다는 응답자 중에는 취업 준비생이 28.5%로 가장 많았고, 직장인 20.2%, 대학생 12.7% 순이었다. 또 남성(22.4%)이 여성(17.3%)보다 더 많았다.

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 절반은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직장인과 알바생 1192명을 대상으로 한 근무현황 조사에서 아르바이트생 65%, 직장인 45%가 추석 연휴에도 근무한다고 답했다. 추석 연휴에도 출근하는 이유로는 직장이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7.1%이고, 추가 수당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출근한다는 답변은 41%였다.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비교해 추석연휴 휴가도 짧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노총이 최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조합원 656명을 대상으로 '추석 명절 연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정규직은 평균 3.5일 쉬는 반면 비정규직은 2.4일로 하루 정도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근로자 중 12%는 연휴기간 단 하루도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추석 연휴를 단지 길게 쉴 수 있는 '휴가'나 '빨간 날'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옛 조상들의 추석은 넉넉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1년 중 가장 밝고 둥근 달을 볼 수 있는 추석을 맞아 퇴색해 버린 그늘을 거두고 보름달을 환히 비춰 마음의 여유와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추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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