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자영업 부채가 심상치 않다. 지역경기 둔화로 골목상권이 위축되면서 빚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있는 도내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올 상반기 1641억원이나 증가했다. 지난 한해동안 증가액(2722억원)의 60%를 넘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더욱이 이는 시중은행 자료만 집계한 금액으로 비은행 금융기관 등을 포함하면 대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지난해 3분기에만 915억원이 늘며 2010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후 4분기에는 531억원으로 둔화되는가 싶더니 올 상반기 다시 급증한 것이다. 자영업 대출 증가는 새롭게 창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영향도 물론 있다. 지난 7월 도내 자영업자는 14만명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경기부진으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존 자영업자들이 부채를 늘린 원인도 크다. 극심한 불황에 빚을 내서 빚을 갚으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는 말이다. 

자영업 부채가 위험한 것은 일반 가계대출보다 건전성이 훨씬 나쁘다는데 있다. 경기침체로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퇴직 후 생계형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보니 저신용·저소득 차주가 대다수다. 당연히 대출상환 여력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기부진이 지속되면 어쩔 수 없이 빚을 또 늘리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니 아예 대출을 상환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여지가 크다. 

자영업은 지역경제의 근간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제주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은 자명하다. 자영업자 부채를 심각히 봐야 하는 이유다.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 위축과 경쟁 심화 등으로 경영난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자영업 경기회복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과 함께 촘촘한 부채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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