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익 탐라문화연구원 논설위원
최근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는 2020년 3월까지 제주특별자치도세계자연유산본부의 '제주 호적중초의 문화재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연구용역'을 수행하며 마을별로 호적중초 사진촬영 등을 하고 있다. 호적중초(戶籍中草)는 18세기 말∼20세기 초 마을 또는 면 단위로 작성된 호적자료를 말한다. 여기에는 호적중초 외에도 호구단자·준호구·호적대장·통적이 있다. 호구단자는 호주가 호구상황을 작성해 관청에 제출한 것이며, 준호구는 호주 요청으로 해당 관청에서 호적대장을 기초로 발급한 문서이다.
호적대장은 군현 단위로 작성한 호적자료이고, 통적은 호적중초를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한 크기로 축소해 작성한 것이다. 현재 호적자료들은 조선시대 대정현(한경면 고산리~서귀포시 강정동) 지역인 영락리, 하모슬리, 도순리, 하원리, 중문리, 안성리, 일과리 등에 잘 남아 있다.
호적중초는 핵법에 따라 한 구(口), 한 호(戶)도 누락 됨이 없게 조사되어 정확성이 높다. 이것은 식년[간지가 자·묘·오·유인 해] 그 해에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전년인 인·신·사 해를 포함하는 해의 7월부터 작성되었다. 마을별로 이정(厘正)·감고(監考)·별유사(別有司)·존위(尊位)가 각 호의 호구단자를 수합하고 마을 자체적으로 호적중초를 작성해 11월~12월경 해당 관청에 제출했다.
관청에서는 이것을 지난 식년(式年)의 호적중초와 대조하여 이상이 있으면 붉은색 주서(朱書)로 정정했다. 호적중초 작성과정에 거짓 기록인 모록(冒錄)과 모칭(冒稱)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수령은 통호를 기재해 서압(서명)이나 관인을 찍은 다음, 각 마을에 내려보냈다. 그러면 각 마을에서는 호구단자를 각호에 나누어 주고, 호적중초를 마을에 보관했다. 이러한 호적중초에는 각 호주의 직역·성명·나이·본관, 처의 성·칭호·나이·본관, 호주 4조[부·조·증조·외조]의 직역과 이름 그리고 함께 거주하는 자녀는 물론, 첩·노비·고공·차입자, 남녀의 수, 도망자, 표류자, 초가 칸수(광무호적) 등이 상세히 기록됐다.
제주의 호적중초들은 현재 마을 사무소 내 음습한 캐비닛 속이나 '지둥궤'에 보관돼 있어 습기와 먼지 그리고 벌레의 침입에 노출돼 날로 훼손되고 있다. 따라서 호적중초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각 마을이 보관하고 있는 호적자료들을 관계기관이 위탁 또는 기증받아 문서 수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시급하다.
호적자료 전시관을 만들거나 영인본으로 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2010년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지정한 기록사랑마을 대정읍 안성리는 마을회관 2층을 전시관으로 만들어 호적자료를 보호하며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한 하모슬리, 사계리 호적중초는 영인본으로 제작돼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관계기관 및 연구단체가 호적중초를 해석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했으면 한다. 호적중초가 한문으로 기록되어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한문교육 프로그램과 연계시켜 호적중초를 보관하고 있는 마을주민들을 전문인력으로 육성했으면 한다.
현재 호적중초는 제주지역에 400여 책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자료는 마을 단위 주민에 대한 장기간 기록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문화유산이며, 3년마다 마을의 인구 변화와 주민들의 신분구조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고문서여서 가치가 매우 높다. 또한 조선후기 제주마을의 원형을 복원하고 주민들의 정체성을 구명하는 객관적인 자료이며, 제주의 사회상과 신분·가족구조·인구 변동 등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호적중초는 제주 마을의 보물인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세계자연유산본부와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의 호적중초 영인본 제작을 위한 조사작업은 제주 마을의 원형과 정체성을 찾아 제주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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