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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담론] 누구에게나 명절증후군은 있다정영태 대구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 / 논설위원
정영태
입력 2019-09-10 (화) 17:20:32 | 승인 2019-09-10 (화) 18:58:32 | 최종수정 2019-09-10 (화) 18:58:32

1990년대 중반 한 보도자료는 '명절증후군'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가를 실었다. 명절증후군과 관련 남성은 장시간의 운전으로 피로를, 기혼여성은 손님 맞이하기와 시가 친지와의 만남 등으로 평소보다 쉽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피로도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일찍 와서 쉬고 일상에 복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올해 초 국민청원의 한 내용으로 명절에 갈등이 일어나고 명절이 명절의 의미를 담지 못하고 있으니 현재 사흘 공휴일에 대한 가을 휴가인 '추석휴일 폐지 신청'이 청원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명절은 이제 더 이상 가족이 함께 모이고 가족의 정을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보다는 명절 전후 이혼과 가족해체, 구성원간의 스트레스 등 부모세대는 물론 청년, 자녀 등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걸쳐 더 많은 갈등이 표출되는 시간이 돼버렸다.

명절은 어쩌다 이런 불편한 날이 됐을까. 명절은 해마다 일정하게 지켜 즐기거나 기념하는 때로 설날, 한가위 추석, 정월 대보름, 단오, 백중, 동짓날 등 절기마다 다양하다. 제주에서 백중은 한여름 물맞이하는 날로 잘 알려졌다. 백중날 물을 맞으면서 아픈 통증도 사라지고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정월이 되면 빗자루로 사마귀를 쓸면 사마귀가 떨어진다고 했다. 음력 8월 1일 전후 제주 벌초방학 역시 전국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제주만의 명절맞이 풍습이었다. 하지만, 벌초방학은 2000년 후반부터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24절기 가운데 그래도 아직 명맥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명절은 설날과 추석뿐이다.

설날은 한해가 시작되는 새해 첫 달의 첫날로 한해 처음으로 시작되는 명절이다. 설날 아침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차례를 마치고 성묘를 한다. 추석은 가배, 가위, 한가위, 중추절 등 다양하게 불리는데, 그 풍습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햇곡식과 햇과일 등으로 제사를 지내고 새 옷도 지어입고, 보름달을 배경으로 강강술래를 비롯한 다양한 놀이가 이뤄졌다.
반면 전통의 절기와 달리 우리의 일상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부활절, 추수감사절, 밸런타인데이 같은 새로운 기념일 문화는 쉽게 자리를 잡고 새로운 전통으로 탄생하고 있지만, 기존 명절은 000증후군, 000스트레스, 000후유증, 가짜 깁스 등 부정적인 가치만 남아버렸다.

왜 이렇게 우리의 명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되었는가를 살펴보면 우선 전통적인 성 역할의 고정관념으로 함께 즐겨야 할 명절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전통가족에서 핵가족화 또는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차례나 제사 문화가 빠르게 변화되면서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1년 동안 지내야 하는 모든 제사를 한꺼번에 지내기도 하고, 추석명절은 시가만, 설 명절은 처가만 방문하는 등 명절이나 제사 등과 관련한 가족문화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벨(Work-life balance) 문화의 확산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여가시간에 대한 존중은 물론 명절 음식 역시 반조리식품, 간편식 등 재료 구매에서 조리까지 모든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원하는 음식을 차릴 수 있는 배달서비스업이 다양하게 발달했다.

명절증후군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가 아니다. 설과 추석이라는 명절을 지내는 중국의 도시 근로자들 역시 '節前綜合症(제첸쭝허정)'에 시달린다고 한다. 곧 추석이다. 명절 독박 노동으로 가족 간의 갈등이 쌓이기 전에 내가 모두 명절을 차리는 전담일꾼이라는 입장을 모두가 함께 명절을 준비하는 구성원으로 참여한다면 지켜야 할 고유문화인 명절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즐거운 명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영태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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