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 경제부 부국장

최근 온라인을 타고 기발한 '무엇'이 하나가 떠돈다. '서울 촌놈들이 보는 한국지도'라는 제목으로 글자로 이미지화한 것은 사뭇 씁쓸하다. 서울과 수도권(공항-인천, 위성도시-성남시 등)을 제외하고 지역이라고 표시한 것은 '빵집(대전)' '밤바다(여수)' '해운대(부산)' '감귤(제주)' '우리땅(독도)' 등 5곳이 고작이다. 앞서 등장했던 지도에는 해운대(부산)와 중문(제주)만 있었다. 억울하다. 유네스코 자연유산 3관왕 타이틀에, 인류무형문화유산을 2개나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 보고인데다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세계에 자랑할만한 보물섬을 왜 알아보지 못할까. 연상할 수 있는 무엇 하나 없는 지역들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상황에 입이 쓰다.

이런 지역관은 사실 새삼스럽지도 않다. 서울이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주는 늘 변방이고, 대한민국의 1%다. 중앙 부처에서 호남권에 포함해 살피거나 강원과 묶어 자료를 만드는 일도 여전하다. 같은 하늘 아래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쓰는 데도 이런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제주를 '특별 대우'하는 경우도 있다. 고맙기보다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뉴딜사업 선정 때 제주에는 '최소 2곳'이란 적용을 한다.

그 혜택은 세종특별자치시에도 해당한다. 전국 단위 경쟁에서 밀리지 않게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배려다. 관광을 놓고 볼 때는 '서울에 준하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을 제외한 시·도 중 제주의 성적표가 좋은 편이라는 것이 이유다. 제3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도 관광정책 수립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연구조사 보고서에서도 제주는 '잘 나가는' 지역으로 평가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한 줄도 설명하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달 말 의결한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의 균형발전 지표도 썩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주요 핵심지표를 적용한 결과 제주는 17개 시도 중 10위로 중위권에 포함됐다. 균형발전 상위에 경기도·울산광역시·인천광역시·서울특별시가 있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그 다음 순위였다. 159개 기초단체 균형발전지표 분석에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나란히 상위권(40곳)에 포함됐다. 행정시로 별도 재정자립도를 설정하는 대신 제주도 기준을 적용한 결과다.

전체 흐름을 보면 수도권 중심의 극점(極點)사회와 지방 쇠퇴를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지자체 대상 지원 사업을 균형발전 지표가 낮은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에도 동의한다. 이런 주문은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 지수(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지방소멸 지수. 수치가 낮을수록 위험)에서 제주는 0.86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9번째를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제주 지역 43개  읍·면·동 가운데 30%가 넘는 13곳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소멸위기 상황으로 나타났다. 서귀포시는 17개 읍·면·동 중 8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12개 동 중 6개가 소멸 위험 경고등을 켰다. 그런데도 앞으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선사업(새뜰마을 사업),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복합화 사업 등에 이 균형발전 지표를 활용할 예정이라니 '현실은 이렇다'는 이유를 더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할지 벌써 걱정이다.

그리고 슬슬 답이 나온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좋았던 지금까지가 아닌 '혹시 모를 다음'이다. 기회의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앙정부의 예산 확보를 대표 성과로 내세우는 공직사회 분위기나 사업 성과에 대한 관리 소홀, 중앙정부의 지역에 대한 편견 등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과연 제주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봐야 한다. 균형발전 지표에는 한 해 제주 도민의 몇 배가 되는 관광객이 들어오고 나간다는 표시가 없다. 20·30대가 빠져나가고 고령인구만 남아 가는 상황에서 얼마 없어 '고향이 없어'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지는 않을지 미리 고민하기를 당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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