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찬 ㈔다문화가정제주도협회 제주글로벌센터장

우리나라 추석의 유래는 신라시대 유리왕 때 '가배'라 했습니다. 이 '가배'가 오늘날 '한가위'라는 뜻의 '가위'에 해당하는 음력 8월 15일이 가을의 가운데 즉 '중추'의 우리말 표기입니다. '한가위'또는 '중추절'이라고도 표현하며 대표적인 추석음식은 송편이고, 중국의 추석은 중추절 또는 8월절, 혹은 퇀위앤지에(團圓節)라 부르기도 하며 대표적인 추석 음식으로는 월병입니다.

베트남도 중추절의 뜻을 담은 베트남어로 중투라고 해서 다른 뜻 같지만 같은 의미의 추석을 지냅니다. 추석에 즐겨먹는 음식으로는 월병입니다. 중국 월병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베트남식 월병을 즐겨 먹습니다. 서양에서도 추석과 비슷한 추수감사절이 있습니다. 서양의 추수감사절은 11월에 많은 곡식과 과일로 풍성한 가을 수확을 하늘에 감사하는 풍습입니다. 그러고 보면 온 세계가 다른 것 같지만 풍성한 가을 수확을 하늘에 감사하고 조상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방식은 달라도 모두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추석은 다문화가족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제주는 보통 친정집이 가까워서 시집에서 추석명절이 끝나면 바로 친정집에 찾아가 인사도 드리고 친정식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다문화가족은 친정은 꿈도 못 꾸는 일이라 오히려 슬프고 소외감이 더 느껴지기도 하는 날입니다. 또 외국에서 제주로 시집온지 오래되어 엄연히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한국인이지만, 시댁에 가면 그냥 '베트남 며느리' '중국 며느리' '필리핀 며느리'로 불립니다.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시댁이나 시댁 이웃들이 시집에서 친척들과 술판이라도 벌어질 때면, 다문화가족 며느리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심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친척들의 베트남 사람이 어떻다, 중국 사람이 어떻다 하는 소리가 마치 자신에게 들으라는 소리로 들리기 쉽고 듣다보면 괜히 얼굴이 빨개지고 속상합니다.

어느 집 며느리가 국적 따더니 아이를 버리고 집을 나갔다느니, 사람이 변했느니 하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안줏거리로 이야기하고. 마치 모든 외국에서 시집온 여자가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중에 그런 말을 듣는 누군가는 마음 편하게 들릴 리가 없습니다.

어른들의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다문화가족 며느리들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그 말이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르고 그들만의 이야기처럼 하기도 합니다. 결혼이주 여성들은 그렇게 마음도 상하고 몸도 피곤한 추석을 왜 보내야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내 며느리였든, 내 조카며느리였든, 이웃이든 나의 생각 없는 말 한마디가 외국에서 시집 온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보았으면 합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만 놓고 보면 크게 변한게 없습니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선 퇴보하는 실정입니다.
10년 전에는 온통 언론이나 사회에서 다문화, 다문화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기도하지만 다문화가족에 대해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 바꾸어나가야 할 시급한 문제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배려·진정한 사랑입니다. 

사람은 서로 차이가 없고 서로 조금 다를 뿐입니다. 제주 옛 어른들 말이 생각납니다. '사름사는거 혼었다. 놈덜 사는거보민 토난거 닮아봬도 다 똑 곧은다'라는 말이 있듯이 다문화가족도 특별히 다른 삶을 살지 않고 다문화가족 모두가 행복한 가정을 위해 머나먼 외국에서 제주로 와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습니다.

올 추석만큼은 풍성한 추석, 가족친지들과 행복한 추석을 지내는 것을 넘어 결혼이주여성들이 보고 싶고, 가고 싶은 친정고향에도 못가는 심정을 헤아려주고 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해주는 모두가 행복한 추석이 되길 기원해봅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