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상청장

올여름, 유럽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다. 40도를 웃도는 기온이 지속하면서 연일 최고기온 경신을 이루며,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다행히 올해 우리나라는 일부 더위가 이어지는 날은 있었으나, 작년과 같이 40도를 웃도는 극심한 폭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6월, 7월 전국 평균 기온은 평년값과 비슷했고, 8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았지만 작년의 절반 수준이었다. 

강수에 관해서는 작년보다 장마 기간도 길었고 강수량 및 강수일수가 많았지만, 평년보다는 적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다가올 가을철 날씨는 어떨까. 지난 23일, 기상청에서 가을철 전망을 발표했다. 올해 가을, 우리나라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으며, 9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 10월, 11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태풍도 평년과 비슷한 1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렇듯 기상청의 자료를 보다 보면, '평년'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함을 알 수 있다. 이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어느 지점의 기후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기온, 강수량 등의 장기간 평균을 구해야 하는데, 기후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30년의 기간을 '평년'이라고 한다. 
서기 연도의 끝자리 숫자가 1인 해부터 시작하여 연속된 30년을 평년 기간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현재 평년 기간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이다. 평년 기간의 기상요소 값을 평균한 것이'기후 평년값(Climatological standard normals)'이 된다.

그러나 연속된 30년의 관측값이 있다고 평년값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한 관측소에서 평년값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관측 시간, 장소, 절차 등이 그 기간 동안 균일하게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에서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관측소는 제주도에 위치한 두 지점을 포함해 총 47개소가 있다. 또한, 평년값은 10년마다 재설정하게 되어있다. 

현재의 평년값은 2011년에 산출된 값이고, 2021년에 새로 산출될 평년값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에 대해 산출한 값이다. 1960년대부터 10년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로 보아 앞으로 새로 산출될 평년값들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평년값의 상승이 곧 '온난화 진행'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정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평년값, 그 개념이 생소할 수 있지만, 기후 특성을 확인할 수 있고 비교의 척도로 삼을 수 있는 점에서 중요하다. 

더 나아가 평년값 상승이 의미하는 지구온난화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이 평년값의 의미가 기상청에서 발표되는 1개월·3개월 전망 등을 접할 때는 물론, 기상과 기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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