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2주 정도 이른 추석이라 한다. 작년보다 무덥지 않은 여름 날씨로 풍년을 예상하던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태풍 '링링'의 상륙과 연이은 가을장마로 인해 풍요와 즐거움보다 다소 차분한 한가위를 보낸 듯하다. 또한 법무장관의 인사문제로 지난 몇 주 동안 우리 사회는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였기에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이다. 모르긴 해도 이번 추석상에도 어김없이 정치와 경제 그리고 안보문제가 화두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올 한해는 참으로 복잡한 사안이 국내외적으로 많았다. 우선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부침을 거듭했고, 오리무중의 국제경제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또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일정한 합의를 이루지 못함으로 인해 또 다른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불안감도 여전하다. 한·일 관계 역시 최악의 상황이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극단을 향해가고 있다, 더욱이 한동안 평화무드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남북관계 역시 북·미간의 교착상태와 북한의 계속된 미상의 비행체 발사 등으로 인해 평화에 대한 희망과 기대에 의문을 갖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정치는 뚜렷한 방향성을 찾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기에 추석이 추석 같지 않고 한가위가 한가위 같지 않은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되어가는 새로운 현상, 즉 '불확실성의 뉴-노멀(New Normal)'을 맞은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타파하기 위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아마도 국민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그 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일찍이 본지를 통해 사회와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기준을 통한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제16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도록 해 행정부를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고위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은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취지와는 달리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불확실성의 뉴-노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뛰어난 지도력과 분명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요구된다. 현대사회는 복잡다단하기에 한 명의 리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조직해 국가와 사회를 운영·관리한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리더도 필요하지만,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진 리더가 중요하다. 바로 '지인지감(知人之鑑)'이다.『삼국지』에 보면 사마휘(司馬徽)가 그런 능력이 탁월한 인물로 묘사된다. 사마휘는 유비에게 제갈공명을 적극 추천했다. 공명을 주나라 800년 동안의 기반을 닦은 인물인 강태공과 한나라 400년 역사의 장량과 비견할 수 있는 인재로 높이 평가했다. 시쳇말로 지역구 차원의 인물이었던 공명이 전국구로 업그레이드된 계기는 사마휘의 '지인지감'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권력기관의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국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과반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더라도 사법개혁 완수라는 소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며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며 취임 일성을 밝힌 그가 그 사명을 완수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지인지감'이 단순한 감(感)이 아닌 진정한 리더의 통찰과 안목의 결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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