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제주경제 침체로 추석 민심은 흉흉했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은 밥상머리는 먹고사는 민생 문제가 화두로 등장했다. 내년 4월 제주지역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출마예상자를 놓고 논쟁을 벌이면서도 침체된 지역경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였다. 

제주경제는 2017년부터 시작된 건설·관광업의 동반 침체가 심각하다. 
건설업의 위기는 수주액에서 확인된다. 민간자본 유치와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연평균 20%씩 성장하며 지역경제를 견인했던 건설업은 지난해 수주액이 2016년 대비 52% 감소하더니 올해까지 하락세가 지속됐다. 올해 상반기 신규 도급액 역시 2386억8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18억원에 비해 28%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가 호조세를 보였던 2016년 7677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업 침체는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건설업의 제주경제 성장 및 고용 창출 기여도는 각각 15.5%와 22%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다. 하지만 수주액 감소세로 일자리 창출 동력은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건설경기 부진으로 직접 연관된 유리·시멘트 등 비금속광물제조업의 올해 2분기 생산액마저 전년 동기 대비 13.8% 하락하자 업계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는 지난 1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건설업계 입장문을 통해 제주도정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건설업 뿐만 아니라 연관산업 일자리 감소, 소비 둔화 등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제2공항 건설 △제주신항 국비 확보 등 대형 SOC사업의 조속 추진을 촉구했다. 또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등 투자유치사업의 정상 추진으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 인·허가 및 승인권을 가진 제주도정에 반발할 경우 자칫 '괘씸죄'에 걸리지 않을까 속앓이만 했던 건설협회가 오죽했으면 이같은 성명서를 발표했을지 고개를 끄덕이고도 남는다.

건설업과 함께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관광산업도 경영난에 직면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에게 해외여행 대체 장소로 평가받던 제주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2018년 방문객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은 제주본부는 짧은 여행 일정과 적은 지출비용으로 국내 여행지를 선택할 경우 경기·강원도 등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관광상품 부족으로 내국인들이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간 저렴하게 제주를 방문할 수 있는 여행상품 개발 및 휴양·리조트형 숙박업소 확충 등을 주문했다. 

특히 한은 제주본부는 제주관광 경쟁력을 위해 매력적인 관광상품 개발을 주문했지만 제주도정의 대응책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도가 올해부터 오는 2023년을 목표로 5년간 추진할 제주관광산업 발전 청사진의 사업비 2조5740억원 중 고부가 상품 개발 등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예산이 12.9%에 불과한 실정이다. 

제주가 당면한 건설·관광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도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도가 지난 11일 한은 제주본부, 도건설협회, 소상공인, 금융기관 등 현장 경제주체와 함께 한 '지역경제 태스크포스(T/F)팀 가동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위원장을 맡은 전성태 행정부지사가 T/F팀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년 경제정책 실천과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기에 더욱 그렇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임은 말할 필요 없다. 민관이 함께 한 T/F팀이 도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위기에 놓인 지역경제를 살릴 실천 가능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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