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부 차장

같은 범죄라도 재산 규모에 따라 벌금 액수에 차이를 두는 '재산비례 벌금제'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범죄자의 하루 수입을 단위로 벌금을 매긴다는 뜻의 '일수 벌금제'로도 불리는 재산비례 벌금제는 범행의 경중에 따라 벌금 일수를 먼저 정하고 여기에 피고인의 경제 사정을 고려한 하루치 벌금액을 곱해 전체 벌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일정 기간의 구속 또는 벌금으로 정해진다.

구속이 일정기간 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경제적 처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가 같은 기간 구속되더라도 손해보는 수입의 차이가 크다. 벌금도 마찬가지로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다르게 부과해야 적절한 징벌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제도다. 

현행 제도는 판사가 법정형에 따라 일정한 액수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총액 벌금제'다. 벌금을 내지 않는 경우 노역장에 유치하는데 최장 유치 기간이 정해져 있다. 이를 악용한 일부 재벌들이 고액의 벌금 대신 일당 수억원에 적은 일수만 노역하는 '황제노역' 논란도 종종 오르내린다.

재산비례 벌금제는 총액 벌금제와 비교해 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되며, 1921년 핀란드에서 처음 도입돼 스웨덴, 덴마크, 크로아티아, 스위스, 독일, 멕시코, 마카오 등에서 채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 도입 여부가 검토됐지만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고, 이후 19대 국회까지 지속적으로 논의가 돼왔지만 벌금액 산정을 위한 재산상태 조사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불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18일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제도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정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 이후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해 불평등한 벌금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돈이 많은 사람은 벌금을 더 많이 내고 노역을 더 많이 시키도록 하겠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조금이나마 공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듯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범죄자 재산추적 강화를 비롯해 법조계와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 등 과제 해결부터 나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