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 제주도광역치매센터장

치매라고 하면 기억 등 인지기능 저하만 떠올리기 쉬우나 인지기능 저하가 진행할수록 자신의 질병에 대한 자각 또한 없어진다는 것이 치매의 특징 중 하나이다. 이것이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돌봄 기관의 서비스 제공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질병에 대한 자각이란 자신의 질병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병식이 있는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적극적인 의료적 도움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치매환자들은 병식이 없으므로 치료와 돌봄을 위한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흔히 치매라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보다도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부담이 큰 '가족 병'이다.

2018년 기준 치매환자는 이미 75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제주 전체인구보다 많은 수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8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치매환자라는 것이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도 평균 2074만원(2017년 기준)정도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8년부터 정부는 치매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해 '제1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치매관리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지난 2017년 9월에는 포괄적으로 치매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을 발표했다. 

이로써 몇몇 시·도에서 한정적으로 운영하던 치매지원센터가 전국 보건소 단위별 256개 치매안심센터로 확대·설치됐고, 지역 내 치매환자와 보호자가 적절한 치매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전국의 국공립요양병원에 치매안심병동을 확충하고, 그동안 장기요양서비스에서 소외됐던 경증 치매환자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등급이 확대됐다. 그 외에도 치매관련 의료비 절감을 위해 중증치매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인하됐고 치매진단검사 건강보험 적용 도 확대됐다.

제주도는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으로 6개 보건소 내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운영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치매전문 안심병동 및 치매전담 주·야간보호센터 등도 개소하게 될 것으로 보여 치매환자를 돌보는 요양기관뿐만 아니라 재가에서 급성기 정신행동증상을 보이는 치매환자와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치매는 이제 개인과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해야하는 사회문제다. 또한 치매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완치제의 개발이 요원한 현재로써는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토대로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 빠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치매가 두려운 질병이기는 하지만 피하지 못했더라도 함께 노력하면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힘이 되어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대중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교육과 인식개선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가 '치매극복의 날'을 전후하여 지역별로 9월 한 달간 펼쳐지는 행사다. 

'치매극복의 날'은 오는 21일이며, 이날은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와 함께 가족과 사회가 치매환자 돌봄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정한 날로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이날을 기념해 오다 2011년 '치매관리법' 제정과 함께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올해도 '제12회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 극복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전국적으로 기념식 및 주간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광역치매센터와 6개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관할 지역별로 치매인식개선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9월 한 달 동안 열릴 예정이다. 치매에 대한 도민의 많은 관심과 행사 참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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