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복희 JDC 오름매니저

퇴직해서 좋은 것이 알람을 맞추지 않게 된 것이라고 말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니 점점 의욕이 없고 무슨 일이든 다시 하고 싶었다. 작년 2월 어느 날 동료에게서 들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음일자리 '오름 매니저' 모집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원서접수 후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근무하게 됐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제비 형상을 닮아 붙여진 이름인 우진제비오름 탐방로 샘 주변에는 작고 하얀 노루귀꽃, 여름이 되면 샘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때죽나무 꽃, 꾸지뽕나무 꽃이 의자에 가득 내려앉는다. 
정상의 전망대에 오르면 당오름, 거문오름, 민오름, 거친오름, 체오름, 웃밤오름, 알밤오름을 비롯해 멀리 서우봉, 원당봉까지 보인다. 

탐방객의 오름 추천이 처음엔 난감했었는데 직접 알아야 정확한 추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생태연구소 직원의 도움을 받아 가까운 숲과 오름을 탐방했다. 

이제는 오름에 대해 어엿한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한라산 등반을 좋아했고 제주도 올레길도 완주했지만 오름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오름에 근무하게 되면서 몰랐던 나무 이름, 풀 이름, 제주의 오름 이름들을 많이 알게 됐다. 제주에 태어나 65년을 살면서 몰랐던 게 너무 많았다.

동문들과 숲속을 걷다가 친구가 "너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하는 소리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그래 나 여성경제인이 됐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앞으로도 중장년 이음일자리가 더 생겨서 다른 은퇴자에게도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나에게 이렇게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건강을 주고 오름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JDC에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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