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많은 비 동반…연이은 태풍 월동무 막대한 피해
그간 노력 물거품…농가 울상 "지원 방안 모색해야"

"이제 막 월동무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태풍으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 같아 야속하기만 합니다"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월동무를 생산하는 강동훈씨(58)의 시름은 깊어지기만 하고 있다.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한 제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를 할퀴고 가면서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태풍 '타파'가 제주를 휩쓸고 간 다음날인 23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서 월동무를 생산하는 강씨의 농가 곳곳에는 태풍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밭 여기저기에는 여전히 물이 고여 있는가 하면 강한 바람과 비로 인해 월동무 싹이 누워버리면서 1년 농사를 망친 상황이다.

흙은 질퍽거리는 진흙으로 변해 버렸고 진흙 속에서 겨우 모습을 내보인 싹은 힘없이 축 늘어진 상태였다.

강씨는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이 지나간 뒤 지난 10일 급하게 파종을 시작했지만 예상치 못한 이번 태풍 '타파'로 인해 전체 90%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며 "파종 후 병충해 방제작업까지 진행했는데 다시 원점이 된 것 같아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 등을 생각하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지금은 피해 복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다들 걱정하고 있고 가슴이 타들어간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월동무 농가 곳곳은 싹이 간신히 난 상황에서 물에 잠겨버린데다 비·바람으로 잎사귀에 멍이 드는가 하면 줄기도 꺾이면서 잠깐 햇살이 비치는 동안 뿌리가 말라버려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강씨는 "12월 초·중순에는 수확을 해야 하지만 고지가 높은 경우 재 파종은 힘들기 때문에 수확량이 줄까봐 고심하고 있다"며 "현재 상태로 놔두거나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행정에서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후속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할 계획"이라며 "가능한 모든 예산을 동원해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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