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만큼 시장의 욕구를 이해하고 반영하기 어려운 때도 없었을 것이다. 필요보다 욕구에 더 충실한 최근의 소비패턴은, 평균쯤에서 타협하던 수준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원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인류의 지식이 4차 산업혁명과 만나 상상에서 현실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프라인의 것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거나, 다양한 영역과 접목해 전에 없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검증된 공식들도 파괴되고 있다. SNS나 유튜브를 통한 소통이 일상인 세대들은 상품을 개발하고, 설득하고,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즐거운 경험을 추구한다.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이면서도 정보와 지식을 나누던 살롱 문화를 현대판으로 재해석해 오프라인에서 공유하는 모임에는 참가비를 내면서까지 활발하게 참여하기도 한다.

구매경향에 있어서도 1인용 소량 제품이 출시되는 다른 쪽에서는 대용량 제품이 선호되고, 최고의 것을 찾는 듯하면서도 비상품으로 간주되는 B급에 높은 호응을 보이기도 한다. 국산차를 구매할 때는 승차감을 중요시하지만, 수입차 구매에서는 차에서 내릴 때 타인이 보는 시선까지 고려하는 하차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즐거운 경험이 더이상 핫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바로 외면하는 현상도 쉽게 일어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수요자의 행동변화를 따라가기에 힘이 부칠 수밖에 없으므로, 시장의 흐름보다 먼저 길을 내어 이끌어가는 것이 최선임을 선도력 있는 기업들이 알려주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업(業)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아마존이라는 기업은 인터넷 서점에서 시작했으나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IT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스타벅스 역시 카페를 커피 판매 이상의 공간으로 확장하면서 인터넷 주문시스템까지 구축했다. 특히 IT와의 결합은 효율을 높여 원가를 절감시킴으로써 가격경쟁력을 갖춰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만들어 준다.

이처럼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면서도 충성도가 낮은 세대에서 시도되고 있는 경험 제공의 방식은 상품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접목시킬 수 있다. 어느 도시나 독특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지역다움을 어떻게 표현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공장을 쇼핑센터나 미술관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넘쳐나고, 쇠퇴한 공간을 보전하면서 그 도시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사례도 많고 많다. 제주의 경우 감귤창고를 카페나 식당으로 리모델링하는 시도도 의미있지만 내용까지 제주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보여주는 공간이나 상품이 더 많아져야 한다. 제주만 가지고 있는 것을 찾아내어 제주다움을 심어야만 제주의 것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청정환경은 제주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다. 우수한 자산을 활용하고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제주의 것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상품이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아직은 '제주삼다수' 브랜드가 그 역할을 거의 도맡고 있지만, 다양한 상품에서 친환경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야만 친환경 이미지가 제주를 찾는 이유가 될 것이다.

상품이나 도시가 욕구의 대상으로써 소비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이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알아채기 어려워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를 융합하며,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용도로 만들어내고, 필요성이 낮다 싶으면 과감하게 덜어내 더욱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이 제주에도 접목되어야 한다. 상품에 대한 욕구가 더이상 진화되지 않을 때 시장에서 사라지듯, 제주 역시 어느 지점에서 시대의 연결고리를 찾아 끼워 맞춰야 하는지 찾아내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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