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은 제2공항 건설을 놓고 수년째 갈등을 겪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추진할 제주신항 건설 사업도 도민사회에서 찬성과 반대가 갈리면서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제주공항과 제주항 포화 얘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 2개의 시설은 섬이라는 공간을 활력 있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다. 그런데도 이 2개의 기간 시설에 대해 도민사회에서 찬반이 갈리는 것은 많은 관광객 등의 유입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쓰레기·교통량 증가 등에 대한 도민 피로감이 반영된 때문으로 보인다.

제주지역 공항인프라 확충은 20년 전부터 요구해온 숙원 사업이다. 논의만 진행되던 이 사업은 2014년 국토교통부가 타당성 검토 용역에 나서며 급진전됐다. 2015년 11월 10일 최적의 대안으로 성산읍 지역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으로 제시된 이후 찬반이 엇갈리며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반대측은 여전히 절차적 정당성 등에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 등을 주장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제주신항은 아직 도민사회에서 갈등이 표면화되지는 않았으나 또 다른 갈등을 빚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제주신항은 지난 8월 2일자로 해양수산부가 항만기본계획을 관보에 지정·고시하면서 법적계획으로 확정했다. 제주신항은 법적계획으로 확정되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제주도는 그동안 정부에 신항 필요성을 계속 요구했으나 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추진의사를 보였으나 기획재정부가 비용부담과 타당성 문제를 내세워 부정적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긍정적 입장으로 바뀌며 지난 8월 기본계획에 포함될 수 있었다.

공항과 마찬가지로 제주항 포화 상황도 심각하다. 현재 제주항은 11개 부두에 25개 선석을 갖췄다. 화물선 14척과 연안여객선 9척, 관공선 18척 등 40여척이 정기적으로 선석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선석 부족으로 여객선이 화물부두를 이용하고 항만이 협소해 크루즈 선석은 14만t급 이하만 정박할 수 있다. 더욱이 화물선 20척이 매일 제주항을 드나들고 있으나 선석이 부족해 선박 상당수가 제주항에 제때 정박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화물선은 탑동과 용담 등 해상에 임시대기 하다가 입항하고 있을 정도다.

제주 제2공항과 제주신항 건설은 열악한 제주의 교통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기반시설이다. 현재 제주공항은 전 세계 단일 활주로 공항중 2번째로 여객 실적이 많다. 제주-김포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노선이다. 활주로 용량도 98%에 달해 안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제2공항 건설은 제주의 미래를 위한 필수사업이다. 제주신항 건설은 크루즈 22만t 4선석과 국내 최대 4만t급 여객선석 등 9선석을 일원화함으로써 해양관광 허브로서 제주의 새로운 발전동력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원도심 활성화 사업과 연계하고 제주 해운물류의 효율화와 해양산업 육성을 위한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제2공항과 신항 사업은 과제가 산적하다. 제2공항은 여전히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신항 건설은 이제 첫발을 내딛고 있으나 일부 환경단체에서 환경파괴를 불러온다며 벌써 중단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 하늘길과 바닷길을 이용하는 시설인 공항과 항만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대로 뒀다가는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에 머무르고 만다. 오히려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동북아는 물론 동남아 지역과 연결할 수 있는 통로인 공항과 항만을 확충함으로써 미래를 개척해 나가려는 도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사회가 대립·분열하면 정부예산 투자의 우선 순위에서 제주가 밀릴 수 있다. 제주의 주요 기반시설인 공항과 항만에 대한 투자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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