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한국과 일본의 꼬인 관계에 심각성을 일본 정부의 각료들이 후회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 각료들이 경쟁적으로 한·일관계의 악화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주장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신임 외무상이 지난 11일 정부개각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후임으로 외무상 자리에 임하면서 NHK방송을 통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판결을 비판했다.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한·일관계의 기초를 뒤집는 상황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위반사항을 빨리 정정하도록 강력한 요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모테기 외무상은 아베 총리가 미·일 무역교섭의 외교 수완을 높게 평가하는 인물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 일본이 협력의 중요성을 짚으면서 긴밀한 연대를 취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한국의 안보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물론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일본 정부와 달리 일본 지자체 및 기업과 시민들은 이로 인해 줄어든 관광객과 거래의 급격한 감소로 존폐를 고민하는 수준까지 치달으니 정부에 압력이 높아진 것이다. 압박하는 민원에 정부의 발표를 뒤집을 수도 없고 관계개선을 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뻣뻣한 자세가 굽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주권이 있는 나라의 최고법원 판결에 왈가왈부할 권한은 없다. 이의가 있다고 경제보복으로 도발한 것은 일본이다.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행정과 외교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인데 본제는 피하고 얄팍한 책략을 부리고 있다.

일본의 억지에 정부도 대응해야 한다. 억지스러움에 대응조차 하지 않는다면 제3자가 보기에 일본의 주장이 설득력을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무엇이 잘못인지 짚어주지 않으면 자칫 잘못이 옳은 것이라 착각할 수도 있다. 잘못을 한 쪽이 인정하지 않고 상대에게 뒤집어씌우면서 관계가 올바로 서기를 바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오늘날의 국제관계는 교류와 협력이 없이 발전을 도모할 수가 없다. 한국과 일본사이의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산업과 사회의 유기적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랜 역사로 얽힌 생태계가 인위적 방해로 끊어지는데 아우성이 없을 리가 없다. 일본 정부는 사태의 현실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고위 관료의 한두 마디의 면책의 말로 관계가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까지 선을 넘었다. 설마 했겠지만 선을 넘어섰고 또 설마 했겠지만 한국은 미국의 반대에도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 종료를 결정했다.

그들이 원하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려면 먼저 넘어서야할 것이 왜곡된 문제의 해결이다. 갈등이 길어지면 양국의 경제적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한·일 양국의 외교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뉴욕회담이 예정돼 있다. 정상회담이 이뤄져 깊어진 매듭을 풀어냈으면 좋았을 계기이지만 견해 차이로 장관들의 회담이 열리게 됐으니 물꼬라도 터야 서로의 관계회복을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뉴욕으로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기간 동안 유엔총회장에 있을 것이고 일본의 아베총리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함께 있을 것이다. 정식회담은 잡히지 않았다지만 주요한 정상이 함께 있는 자리이니 기회를 최대로 이용해 우리나라에 유리한 입지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가능한 모든 커넥션을 동원해 삼국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실질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모두가 걱정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실무진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를 정상들이 만나면 달라지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외교력이고 리더십이다. 점입가경의 경제와 외교의 난맥을 풀어내는 기회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