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추구해 온 대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발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선순환을 이룰 경우, 국제평화는 한반도 공동번영의 상징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기조연설에서 "유엔과 모든 회원국에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 남북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 지정 ▲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 유치 ▲ 유엔지뢰행동조직 등과 DMZ 지뢰 협력제거 등의 내용을 제안에 담았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4·27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선언에도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가 체결된 뒤에는 DMZ 내 화살머리 고지에서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날 문 대통령이 다시금 국제평화지대 구상을 밝힌 것은 지금이 판문점선언의 합의를 한단계 더 발전시킬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간 협력사업도 주춤했지만, 최근 북미대화가 제 궤도에 오를 조짐을 보이는 만큼 남북 간 협력에도 박차를 가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특히 이번 제안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한 카드로 작동하면서, 북한에 비핵화 대화 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DMZ 내에 유엔기구 등 국제기구가 들어온다는 것은 남북 간 재래식 무기로 인한 충돌 위험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는 이제까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체제보장이나 종전선언 등 거대담론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도 막상 북한이 당장 '실질적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았다는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는 사안도 아닌 만큼, 실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북한 입장에서 실질적·현실적 안전보장 장치가 되는 것으로, 이를 지렛대 삼아 북미 실무협상의 동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북미 실무협상-3차 북미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비핵화 논의가 순항할 경우 다시 남북 관계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 때에는 DMZ에 평화지대가 다양한 협력사업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국제평화지대가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 선순환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하며 분단의 상처를 간직한 '참화의 땅' DMZ를 남북화해의 상징, 항구적 평화 정착의 초석으로 자리매김토록 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청사진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 정착 여정에서 국제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남북 간 평화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연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제사회의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또 전날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개발도상국을 독려하는 기후재원의 마련 등을 위해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한국의 재원 공여를 2배로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
평화는 물론 번영·상생에 있어 한반도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여기에는 한국 뿐 아니라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야 하며, 이를 위해 지금부터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적극적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