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사회부 차장

바야흐로 운동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을이면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마을회, 기관·단체 등이 운동회나 단합대회를 개최한다. 시골 마을 초등학교 운동회는 동네 잔칫집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즐긴다. 청명한 가을하늘에 펄럭이는 만국기, 설탕과자 냄새, 장난감 화약총소리며 화약 냄새, 아이들 머리에 동여맨 청색, 백색 머리띠, 하얀 운동화…. 어른들은 매년 가을이면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추억에 젖어들며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운동회를 찾는다.

최근 제주지역에 불어 닥친 이주 열풍 등으로 제주도내 도시 지역이 북적이고 있다. 인구가 몰리다보니 초등학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제주도내 일부 읍면 지역 농어촌 지역의 경우 학생 수가 많지 않아 학생 유치 및 교육환경 조성 등을 위해 마을 차원에서 공동주택을 마련해 제공하는 등 소규모 학교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반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도시지역의 경우 몰려드는 학생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학생이 많은 학교는 학교 건물은 물론 운동장, 급식실 등 교육 인프라가 학생 수용 능력을 초과해 오히려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을 잔치였던 초등학교 운동회가 어느때부터인지 오전, 오후로 나눠 1~3학년은 오전에 4~6학년은 오후에 진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학부모나 지역 주민을 제외하고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학년별 운동회를 계획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다. 아이들이 다양한 종목에 출전해 운동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벤트 업체에 의뢰해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오전·오후 운동회나 학년별 운동회를 계획하는 것은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다보니 학부모와 지역 주민이 참석하면 운동장에 수천명이 들어서게 되는 상황으로, 제대로 된 운동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내 도심 지역에 거주하며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어른이 됐을 때 부모 세대와 다른 운동회를 떠올릴 것이다. 옛날 운동회든, 오전·오후 운동회든, 반별 운동회든 어떤 형태든지 어린이들이 즐겁고 신나는 운동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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