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자 생활개선제주도연합회 회장

야속한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다. 한편 그 모진 바람에도 잘 견뎌준 감귤이 고맙기도 하다.

이제 남은 숙제는 감귤의 상품율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있다. 사실 열매솎기 재미를 느낀 것은 작년부터다. 머리로는 열매솎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힘들었다. 수확량이 줄어들어 소득에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염려가 가장 큰 이유였다. 열매솎기해 수확을 해보니 비상품 감귤비율이 확실히 줄어든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수확할 때는 너무 작은 감귤, 큰 감귤, 상처 난 감귤은 따서 버려 달라고 해도 동네 삼춘들은 절대 버리지 않고 바구니에 무조건 따서 넣는다. 그러면 그것을 구분하는 것도 2명의 인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작년에는 열매솎기한 덕분에 골라내는 작업에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됐다. 수확량은 예전과 비슷한데 인건비는 확실히 줄일 수 있었다. 수확하는데 재미가 있었고 일하는데 신이 났다. 정말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끽했다.

그래서 올해는 작정해 열매솎기를 하기로 하고 7~8월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남편과 함께 밭에서 작은 열매 중심으로 솎아냈다. 덥고 힘들었지만 작년의 재미를 알고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했다. 오는 10월부터는 비상품감귤을 따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특히 올해 감귤 예상생산량은 52만8000t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인 모두가 남의 손 빌릴 것 없이 내 밭의 비상품은 내가 솎아내는 실천으로 수확량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좋은 값을 받았으면 좋겠다.

농사는 하늘과 '병작'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은 하늘의 역할이라면 반은 우리의 역할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농업인으로서 자존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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