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챔터 대표·논설위원

다가올 경기 침체 국면을 제대로 전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꼬집는 월가의 우스갯소리가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3건의 글로벌 경기 침체 이벤트 가운데 무려 7건을 제대로 맞췄다" 여론을 주도하는 전문가들이 여러 논거를 제시하며 내놓은 경제 전망이라는게 어찌보면 전망을 난사하다보니 운 좋게 들어 맞은것과 다르지 않다며 현장 전문가들이 보내는 일종의 냉소다.

기업과 그 밖의 경제주체의 형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지정학적 요인이나 경기변동 요인 및 기타 여러 요인은 그 불확실성을 본질로 한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 환경은 저성장, 저소득, 저수익, 고위험을 내재한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의 파고에 휩싸인지 오래다. 이전 시기와는 다른 높은 변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뉴 노멀 시대를 맞아 경기 전망은 적중률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업이 위기와 경기 침체 국면이 돌출하는 환경 대처에 마냥 수동적인 것은 아니다. 통제하기 어려운 외적 요인에 자기주도적으로 응전한 기업이 위기 국면에서 돋보이는 실적을 거두고 있는 점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최근의 글로벌 경기 침체기인 2007년∼2011년 기간에 미국의 상장기업 약 1100개사의 실적을 추적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중 약 100여개사, 즉 10%에 달하는 기업의 실적이 다른 기업군에 비해 실질적으로 우수했다 한다. 이 10%의 기업군을 흔히 위기를 맞아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 '탄력적 기업(Resilients)'이라 부른다. 이 연구에 따르면 탄력적 기업군은 최저 주주총수익률이 7% 를 넘어, -60%에서 7%미만 범위의 주주총수익률을 기록한 비탄력적 기업들과는 현격히 다른 실적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나 호황세를 보인 2017년에 이르러 탄력적 기업군의 누적 주주총수익률은 비탄력적 기업군 보다 약 150%p, 그리고 S&P500 기업군보다는 약 100%p 높았다.

그렇다면 탄력적 기업들이 거둔 차별적 성취의 요인이 무엇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 경제환경과는 다르게 호황세를 맞은 업종에서 기인했거나 다른 우연적 행운의 산물인 경우를 제외하고 성공하는 탄력적 기업들의 공통적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이 거론된다.

첫째, 위기 이전 시기에 유연하고 상대적으로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탄력적 기업들은 경쟁사들과는 달리 부채비율을 낮추고 비주력 사업분야를 매각·조정하는 등 재무적 유연성을 보강한 결과 회복기에 이르러 풍부한 실탄을 무기로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탄력적 기업은 위기에 대응한 재무구조 건전화 성향과 회복기에 보이는 인수성향 측면에서 각각 10%가량 비탄력적 기업군을 앞섰다.

둘째, 비용 절감에 신속했다. 경기침체의 조짐이 보이던 2007년 여름 시점을 보면, 탄력적 기업군은 원가 및 비용을 1%가량 절감했지만 비탄력적 기업군의 경우 비용절감 필요성에 둔감하여 원가·비용이 오히려 1% 가량 증가했다. 그 결과 탄력적 기업군은 위기 심화 환경에서도 경영 효율성 증대와 원가 절감에 주력하는 동시에 판매관리비용은 매출 추이와 연동시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더욱 키울 수 있었다.

셋째, 에너지나 보건의료 등 경기역행적 또는 중립적 성향의 업종의 경우 탄력적 기업군은 침체된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비용 증가를 무릅쓰고 성장에 중점을 두었다. 그 결과 성장에 베팅했던 탄력적 기업들은 비용 증가분을 크게 앞서는 매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기침체 돌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우리나라도 기업계를 중심으로 탄력적 기업군 방식의 응전에 나서는 분위기는 이미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