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태풍 '미탁' 피해를 입은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한 주택의 내부. 지붕이 강풍에 날아가고 바닥은 침수돼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시영 기자

2일 새벽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일대 주택파손 및 침수
이재민 25명 긴급대피…이중 3명 갈비뼈 골절 등 부상도

"건물 지붕이 날아와 떨어지고…거기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2일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신풍하동로 인근 타운하우스. 이곳에는 깨진 유리 조각들과 슬레이트, 부서진 나뭇가지 등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타운하우스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고, 키즈존 등의 용도로 사용된 부속건물은 지붕이 뜯겨 날아가고 뚫린 지붕 사이로 빗물이 떨어졌다.

내부에 놓여있던 주방 집기와 세탁기·아동서적 등은 떨어진 빗물에 잠겨 있었다.

이곳에서 키우던 닭장도 바람에 부서져 닭들을 제대로 가두지 못하고 50년가량 된 수목도 맥없이 꺾여져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이곳 일대가 제18호 태풍 '미탁(MITAG)' 근접 영향으로 국지적 돌풍과 폭우가 내려 주택 5동과 창고 2동 등이 파손되고 이재민 25명이 발생했다.

이재민들은 성산읍사무소로 긴급대피했다 현재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호텔로 이동해 있다.

사고 당시 주택파손으로 인해 이 중 3명은 갈비뼈가 골절되고 유리 파편이 튀는 등 찰과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기도 했다.

닭장수목

타운하우스 대표 강성분씨(49)는 "새벽 3시쯤 갑자기 '쾅' '쾅'하는 소리가 들려 일어나보니 바람에 지붕이 덜렁거리고 바깥이 온통 난리가 난 상태였다"며 "아이들이 방 창문 모두 깨져 아이들이 깨진 유리 파편에 다치고 맨발로 들어간  남편도 발을 다쳤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민 주택도 창문과 지붕 일부가 파손되면서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다"며 "현재까지도 입주민들이 많이 놀란 상황이라 안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지붕이 날아가고 찢긴 것처럼 마음도 찢어진다"며 "50년 가량 된 수목 2그루가 '뚝' 부러질 정도로 얼마나 바람이 세게 불던지 이 정도만 다친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피해는 성산읍 신풍리 반경 500m 내에서만 국지적으로 발생해 태풍 미탁이 제주로 가까이 접근하며 예기치 못한 국지적 이상기상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태풍 '미탁' 접근으로 피해는 제주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해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제주도 전 지역에 태풍경보를 발효하고 제주도는 비상 2단계 근무에 돌입했다. 박시영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