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희 ㈔제주역사문화연구소장 논설위원

정치가 실종되고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조국 장관 정국이 두 달여에 이르고 있다. 진영 간 힘이 충돌하고, 공정과 정의에 대한 믿음이 연기처럼 허망하게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두려움과 배신 때문이었을까. 이슈가 이슈를 덮는다고 하는 이 나라지만 끔찍한 화성연쇄살인범 이야기와 아프리카 돼지열병도 조국 장관 이슈를 덮지는 못했다.

조국 장관의 지명부터 임명이 이뤄지고 작금의 상황까지 전개되는 이 사안은 진영 간 대결사안이 결코 아니었다. 이 사안의 쟁점은 공정과 정의 그리고 양심의 문제로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걸맞은 능력과 자질, 그리고 도덕성을 갖췄는지가 본질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국 장관 파면과 검찰개혁으로 변질했다.

조국 장관은 그동안 드러난 언행불일치와 거짓말로 국민의 공분을 불렀다. 과거 교수시절 토해냈던 날선 발언들은 그와 가족이 관련된 의혹들과 맞물리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민은 위법이나 불법을 떠나 과다한 그의 '내로남불'에 크게 실망했다. 아무리 능력과 자질을 충분히 갖춘 검찰개혁의 적임자라 하더라도 이중인격자이거나 기회주의자로 보이는 후보자를 국무위원으로 앉히는데 쉽게 동의할 국민은 없다. 

또한 두 달동안 이어지고 있는 이번 사안의 진행양상을 보면서 적폐청산의 첫 대상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치가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권력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고 그 중심에 정당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어제 한 행동이나 말들은 기억해야 하는 염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정치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역지사지'인데 '아전인수'격인 적폐의 모습만 아른거린다. 여야를 가리지도 않는다. 같은 사안이라도 야당일 때는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주장하고, 여당일 때는 과잉수사, 인권침해를 외친다. 피의사실을 공표하거나 흘러나오는 것도 처한 입장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거나 침묵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 드루킹 사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에서 보여주는 여야의 '내로남불'은 가히 치매 환자 수준이다.

두 달여 동안 이어지고 있는 조국 장관 정국을 보면서 민주당이 야당이었다면 지금의 야당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한국당도 여당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입장에 따라 똑 같은 사안도 180도 달라지는 '내로남불'이다.

전력이 총동원돼 공격과 방어를 하다 보니 일반인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궤변도 튀어나온다. 여야를 떠나 이게 우리 정치의 문제이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는 상황이 돼버렸다.

다음은 물타기다. 이번 경우처럼 자녀가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이 문제로 불거지면 상대방의 비슷한 경우를 철저하게 찾아 물타기를 시도한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로 오십보를 도망간 사람이나 백보를 도망친 사람이나 그게 그거지 너희는 깨끗하냐'이다. 그러면 맞받아 치는 것으로 다시 물타기를 한다. 논점은 희석되고 시간이 흐른 후 흐지부지된다. 이 또한 여야가 입장이 바뀌어도 수순은 똑같다. 인사검증에 대한 쟁점은 사라지고 서로 윽박지르고 삿대질하다 끝난다. 

이제 두 달여 전 개봉된 이 영화는 스크린에서 내릴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검찰수사가 거의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검찰수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정국은 한바탕 요동치고 향후 전개는 달라질 것이다. 건망증을 넘어 치매 수준인 정치권은 언제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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