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가을장마와 잇단 태풍으로 제주농민들의 마음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농작물이 한창 햇볕을 받아야 할 시기에 비날씨가 지속되면서 생육에 큰 지장을 주더니 태풍까지 세차례 내습하면서 농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침수 피해로 파종과 재파종을 반복해보지만 무용지물이다. 피해복구도 채 하기 전에 연이어 불어닥친 태풍으로 영농의욕마저 상실하고 있다. 이 정도면 재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8월말부터 이어진 가을장마와 13호 태풍 '링링', 17호 태풍 '타파'로 인한 도내 농작물 피해면적은 모두 9206㏊에 달하고 있다. 이번 제18호 태풍 '미탁'의 피해까지 더해진다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지난 두차례 태풍 피해를 겨우 추스르고 재파종을 했던 밭들이 다시 '미탁'의 물폭탄을 맞으며 하룻밤 사이에 물바다가 됐는가 하면 강풍에 비닐하우스들이 속절없이 주저앉았다.

연이은 비날씨에 침수 피해가 반복되면서 병충해 걱정까지 더하고 있다. 감자와 무 등에서는 표면을 조금만 건드려도 푹 들어갈 만큼 무름병이 확산되다보니 상품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일부 감귤 과수원에서는 알맹이가 부풀어오르며 껍질이 찢어지는 열과현상에 검은점 무늬병까지 발생하고 있다. 수확을 시작한 극조생에서는 껍질에 수분이 많아 유통과정에 부패과 발생 우려까지 나온다.  

날씨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10여년 농사를 지어도 이런 비는 처음"이라는 농민의 한탄이 나오는 마당이다. 이렇다보니 농민들은 사실상 올해 농사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농심을 헤아리고 다독일 방안이 시급하다. 신속한 복구와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울러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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