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안을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이 악화되면서 제주공동체도 흔들리고 있다. 크게는 제주 사회 전체부터 작게는 마을 단위에 이르기까지 지역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찬·반 대립이 심화, 분열상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잇따른 태풍으로 그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제주도·도의회 청사앞에 걸린 현수막들은 대립·반목으로 점철된 제주의 심각한 공동체 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제주공동체가 겪는 최대 갈등 현안은 제2공항 건설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5년 성산읍 5개 마을을 2공항 건설예정지로 발표한후 해당 지역 찬·반 갈등이 도민사회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가 국토부의 예비타당성조사의 부실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대립이 고조되고, 최근에는 주민 의견을 묻고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공론조사 실시'를 놓고 도와 의회 마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제2공항 뿐만 아니다. 지난해 6월 주민숙원사업으로 착공한 비자림로 확장은 일부 환경단체의 삼나무 벌채 반발로 표류하는 실정이다. 또 조천읍 선흘2리 주민들은 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을 놓고 찬·반으로 나눠 대립하고, 대한노인회 제주도연합회는 회장 선거와 관련한 운영규정 위반 여부로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주민 재산권을 강제로 침해하는 제주도의 곶자왈보호지역 확대정책 등 새로운 갈등도 걱정스럽다.   

갈등 악화로 제주사회의 분열상이 깊어지고 있지만 도와 의회는 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양측간 반목과 대립으로 지역현안 해법을 모색할 상설정책협의회 마저 중단되면서 제주발전을 견인할 소통·협력도 위기를 맞고 있다. 도와 의회가 서로 적대시하면 제주공동체의 분열상이 더욱 깊어지기에 원희룡 지사와 도의원들부터 대오각성해야 한다. 주민을 무시하는 통치가 아니라 지혜와 역량을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지역발전의 책무를 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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