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에 수심이 깊다. 유례없는 기상악화에 지역경제 전반에 타격이 큰 까닭이다. 지난 8월 중순 이후 가을장마가 지겹도록 이어지더니 9월 들어서는 '링링'에 '타파', '미탁'까지 세차례 태풍까지 몰아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9월 한달 3일에 하루 꼴로 비가 내린데다 강수량도 평년보다 3~6배 이상 많았다. 이처럼 계속된 궂은 날씨에 올 가을 지역경제는 어느 특정산업 할 것 없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피해가 가장 큰 것은 농업 등 1차산업이다. 양배추, 월동무, 마늘 등 주요 밭작물 상당수가 잇단 폭우와 강풍으로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파종과 재파종을 반복해보지만 이제는 시기적으로 재파종도 어려운 것은 물론 대체할 작물도 없다. 사실상 1년 농사를 망친 것이나 다름없으니 농민들의 상실감은 이만저만 아니다. 겨우 침수 피해를 면했다고 해도 잦은 비날씨에 병충해도 비상인데다 상품성 저하까지 우려되고 있다.  

관광도 타격이 크다. 가을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주말마다 비날씨가 이어지다보니 예약 취소가 속출했다. 실제 중문단지 내 한 특급호텔의 경우 9월 주말 예약 취소율만 20%를 기록했는가 하면 야외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 업체의 9월 가동률은 50%에도 못미쳤다. 관광객 역시 급감했다. 제13호 태풍 '링링'과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을 받았던 주말 제주방문 관광객은 전년보다 27~83%까지 줄었다. 이렇다보니 골프장·음식점 등도 매출 감소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안그래도 어려운 제주경제에 날씨까지 악재가 되면서 말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더욱 걱정은 이번 후유증이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1차산업 분야의 신속한 복구가 필요하다. 휴경보상만이 아닌 영농자금 및 대출금 상환 연기, 이자 감면 등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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