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융복합관광센터장 논설위원

최근 케어팜이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지난 9월 초 개최된 제109차 제주경제와 관광포럼에서도 케어팜이 주제였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소규모 가족농 치유농업인 케어팜(Care Farm)과 협동조합 지역주도의 사업적 농업인 소셜팜(Social Farm)을 결합한 '제주형 케어팜(Care Farm) 모델'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필자는 일찍이 마음치유 자원과 농촌의 자연치유 자원을 접목한 은퇴자를 위한 마음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제주 관광에 또 하나의 명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케어팜은 이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특히 제주도의 풍부한 어메니티 자원을 활용한다면 그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어메니티는 인간이 생태적·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지닌 환경과 접하면서 느끼는 매력·쾌적함·즐거움이나 이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를 일컫는다. 농촌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특산품·토속음식, 지방 고유의 축제나 문화, 문화유적 등이 모두 어메니티 자원이 될 수 있는 제주는 케어팜에 있어서도 최적지가 될 수 있다.

케어팜(Care-Farm)이란 사회적 돌봄을 의미하는 캐어(Care)서비스와 농장을 뜻하는 팜(Farm)의 합성어다. 치유농장이라는 의미다. 복지와 농업을 합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치매노인, 중증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케어팜은 곧 이들에게 농장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이들이 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치유와 재활의 서비스로 인정, 국가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케어팜은 사회적 농업을 대표하는 사업 모델이다. 결국 케어팜은 농업을 통해 정신과 육체의 질병을 치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니어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케어팜이 처음 시작된 곳도 네덜란드이며 현재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도 네덜란드다. 1970년대에 처음 민간에서 선보인 이후 병원이나 요양원보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환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가 급증했다.

현재 1100여개가 넘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는 전체 농장의 1.5%에 달하는 것이다. 이용객만 연간 2만명에 달한다.

우리 사회에는 치매성 노인성 질환이나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적인 사회적 활동이 어려운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이 수없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발달장애인, 자폐증 환자, 알콜·약물중독인, 신체장애인, 장기실업인, 노숙자, 중도 학업포기자 등이 모두 이에 포함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65세이상 노인인구수는 739만여명으로 오는 2030년이면 전체 인구에서의 비율이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가운데 치매인구수(2018년말 기준 75만여명)가 이미 전체 노인인구수에서의 비율이 10%를 돌파했다. 거기다가 전체 등록장애인수만 26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에게 국가와 지자체의 적절한 지원을 통해 케어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즉 정신적, 신체적 치유 효과에 1차산업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해 줌으로써 농가 경제에도 얼마든지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케어팜은 농업이라는 생명산업과 농업이 갖는 사회적 가치와 역할 모두를 충족시켜준다 할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는 이제 케어팜에 대한 정책적 접근을 능동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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