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맞아 제주지역 곳곳 외국어·외래어로 도배된 간판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글날을 맞은 9일 오전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 거리에는 건물 빼곡히 설치된 간판들 사이에서 순우리말의 간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간판은 영어와 한글을 혼용하거나 외래어를 발음되는 대로 사용했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한글을 표기해 놓은 가게들이 즐비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프렌차이즈부터 상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일반 가게들까지 일본풍 가게에는 일본어를, 유럽풍 가게에는 불어를 하나같이 한글 대신 외국어를 사용했다.

서울에서 어학당을 다니는 엘렌 클라크씨(캐나다·23)는 "제주 고유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 찾았는데 한글보다 한자가 너무 많이 보여 마치 중국에 온 기분"이라며 "외국인들이 본 한글은 신기한 모양에 독특한 매력이 있는데 왜 간판에 외국어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 종로구 '인사동'처럼 외국인들이 여행 와도 '아, 한국에 왔구나' 감탄할 수 있는 제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573회 한글날을 맞아 영어가 한글보다 고급스럽다는 잘못된 인식 대신 우리 한글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더욱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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