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가을의 정취, 단풍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 사진=제주관광공사, Visitjeju.net

지난달 27일 설악산부터 시작
한라산 15일 첫 단풍, 29일 절정
국내에서 가장 오래 볼 수 있어
산마다 단풍 시기·색감도 다양

추억과 낭만을 선사하는 계절인 가을에는 빨간색, 노란색으로 형형색색 물드는 단풍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단풍의 계절 10월로 접어들면서 전국의 산들은 저마다 고운 색색의 단풍 옷을 갈아입을 준비로 분주하다. 성질 급한 산은 이미 화려한 색을 뽐내기 시작했다. 설악산부터 시작된 단풍이 한라산까지 퍼져 전국이 울긋불긋 물들면 곳곳마다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놓는다.

지난달 27일 강원도 설악산에 가장 먼저 단풍이 물들었다. 설악산에는 평년(1981∼2010년 평균)과 지난해에도 9월 27일 첫 단풍이 나타났다. 설악산은 고도와 위도가 모두 높아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제일 먼저 확인되는 곳이다.

단풍은 일반적으로 일 최저기온이 5도 아래로 떨어지면 물들기 시작하며, 9월 중순(11~20일) 일평균 최저기온에 따라 시기가 달라진다. 통상 기온이 낮을수록 빨라진다.

첫 단풍은 산 전체로 볼 때 정상으로부터 20% 정도 물들었을 때를 말하며, 산 전체의 약 80% 물들었을 때를 단풍의 절정이라고 한다. 단풍 절정기는 첫 단풍 일부터 2주 정도 후가 된다.

올해 가을 기온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평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10월 첫째 주에 오대산과 치악산, 둘째 주에 북한산과 월악산, 지리산에 첫 단풍이 물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라산 단풍은 이달 15일 시작된다.

이는 지난해(10월 10일)보다 5일 늦은 것이다. 한라산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29일로 지난해(10월 24일)보다 5일 늦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산마다 단풍 시기가 다르듯 단풍색도 다양하다.

나무마다 단풍색이 다른 것은 각각의 수종이 갖고 있는 색소와 만들어내는 색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수종이라도 색소의 함량의 비율이 시기별로 달라 다양한 색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찬 바람이 불면 나무는 잎으로 수분과 영양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입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을 만들고 엽록소 생산을 멈춘다. 녹색의 엽록소가 줄어들면서 숨어있던 카로틴과 크산토필, 안토시아닌 등의 다른 색소가 빛을 발하게 된다. 카로틴과 크산토필은 노란 단풍을, 안토시아닌 색소는 붉은색 단풍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탄닌 색소로 인해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한다. 

설악산과 북한산은 붉은색을 띠는 당단풍 나무가 많고, 오대산은 산 전체가 다양한 활엽수종으로 돼 있어 오렌지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은은한 단풍을 볼 수 있다.

내장산 단풍은 아기 조막손처럼 작고 앙증맞다 해 '애기단풍'이라 부르는데, 작은 잎들이 촘촘하게 달린데다 색도 선명해 아름다움을 더한다. 고로쇠나무와 신나무 등 무려 13종의 단풍나무가 고루 분포하고 있어 가장 화려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한라산 단풍은 다양한 색감이 특징이다. 

한라산에는 붉고 노란 단풍나무와 갈색을 띠는 졸참나무, 노란 비목나무, 역광을 받으면 더욱 빛나는 사람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혼재해 여러 빛깔을 낸다. 또 천아계곡 등 한라산 계곡은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단풍 색이 상대적으로 선명하다.

한라산 단풍은 늦게 물들기 시작해 해발 1950m에서 저지대로 내려오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단풍을 오래 감상할 수 있다. 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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