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도열 한라도서관장

오늘도 변함없이 어르신들이 한라도서관으로 들어오고 있다. 실버독서회 토론이 있는 날이다. 회원은 65세 이상 남·여 어르신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에는 지팡이를 짚은 90세를 넘은 고령의 노장 회원도 있다. 책을 읽고 각자 독후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공유하며 교훈을 찾고 인생을 논하는 그야말로 어르신들의 독서토론 장이다.

더불어 봉사활동 또한 활발하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독서지도는 물론,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종이접기(팽이) 재능기부 활동으로 아이들의 무료함을 덜어주며 할아버지와 손자가 도닥거리며 손을 잡아주는 훈훈한 자리가 이뤄진다. 특히 우리도서관의 꽃이라고 하는 '도서관 책잔치' 행사에도 실버독서회 코너를 통해 책 읽기 본보기를 선보이며, 종일 '책 읽는 제주' 홍보에 나서고 있어 이를 보는 많은 어린이와 도민으로부터 시선을 받고 있다.

책은 서로의 마음을 살찌우고 감정을 이어주며 창의적 사고를 일깨운다는 말이 바로 이 어르신들의 작은 모임에서 볼 수 있다. 이제 도서관은 정적이고, 공부만을 위한 장이 아닌 생을 논하고 사색하며 문화와 여가의 공간으로 특히 어르신들의 만남과 휴게공간으로서 편안하고 안락한 장소로서의 조성과 지원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한라도서관에는 실버독서회 이외에 한라독서회와 청소년독서회가 구성돼 나름 책을 통한 지식과 재능기부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독서의 힘은 나를 일깨우기도 하지만 남에게도 지식을 공유하며 '책 읽는 사회' 분위기를 더 넓혀 나가는 힘이기도 하다.

오늘도 독서 토론회를 마친 어르신들은 "나는 천국에 살고 있다"라며 집으로 향한다. 큰 의미로 와 닿는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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