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취재1팀 부장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읽은 사람이나 아니 읽지 않더라도 가장 많이 듣고 알고 있는 사자성어 중 하나가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읍참마속'을 글자 의미대로 해석한다면 '울면서 마속을 참하다'다. 제갈량이 평소에 믿고 아끼던 수하인 마속이 전장에서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대패하면서 죄를 묻게 됐고, 어쩔 수 없이 마속을 참수하면서 나온 사자성어다.

유비가 이릉대전에서 대패한 후 병을 얻어 죽기 전에 재갈량에게 아들 유선을 부탁했고, 제갈량은 군사를 이끌고 북쪽으로 위나라 출정에 나섰다. 제갈량은 위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한중을 벗어나 장안으로 진군했다. 제갈량은 전력상의 요충지인 가정을 지킬 장수로 마속을 선택했고 가정의 길목을 지켜 적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라고 명령했다. 마속은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적을 끌어들여 역습을 하려고 하다가 도리어 산등성이에서 장합의 군대에게 포위당해 힘 참패했다. 보급로가 끊긴 제갈량은 할 수 없이 군대를 이끌고 한중으로 퇴각해야만 했다.

제갈량은 패전책임으로 마속에게 참수형을 내렸다. 주변에서 능력이 출중한 장수로 살려 만회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만류했지만 법을 엄정히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벤 것이다. 이 것이 '읍참마속' 사자성어의 유래다. 

우리나라는 2개월 넘는 동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사퇴까지 과정에서 국론분열과 혼돈에 빠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후보자 지명부터 자녀의 대학입학 특혜의혹,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인해 자유한국당 등 범보수 야당에서 크게 반발했고, 검찰이 인사청문회 과정은 물론 임명 후 현직 법무부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초유의 상황도 벌어졌다. 조국수호 촛불집회와 조국퇴진 집회가 열리는 등 조국 장관을 놓고 국론분열 양상까지 나타났다. 과정이 어떻든, 진실이 무엇이든 이런 상황까지 온 만큼 조국 장관을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 계획을 발표한 후 14일 사퇴의사를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표를 수리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읍참마속'의 심정을 느꼈을 것이다. 제갈량이 '읍참마속'을 통해 위나라 출정을 굳건히 했듯이 대통령도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성공의지를 강조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