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상무·선임기자

지난 2006년 7월 1일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처음 태동한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로 출범 13년을 맞았다. 예전과 다르게 출범 관련 기념식이나 세미나 등 축하 분위기가 거의 없지만 제주특별도는 자치분권과 국제자유도시 조성의 2개 핵심 엔진을 이용,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출항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출범한 취지는 제주특별도 특별법의 앞머리에 실려 있다. 제주특별도 설치 목적·정의를 규정한 특별법 1·2조는 폭넓은 행정규제의 완화와 국제적 기준 등을 적용해 제주와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책무를 규정했다. 중앙정부가 이양한 고도의 자치권을 활용, 제주 스스로 획기적인 규제완화 및 차별화된 지원을 통해 관광·교육·의료·청정1차산업과 첨단산업의 이른바 '4+1' 핵심산업을 육성, 세계 속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제주특별도의 획기적인 규제완화 및 차별화된 지원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반대다. 특별도 출범부터 민선5기까지 추진되던 '인허가 일괄처리시스템' 등 획기적인 규제완화와 차별화된 지원이 민선6기 출범후 축소되면서 기업인 등 도민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민선6기 출범 후 강화된 규제와 이로 인한 도민들의 불만은 국무총리실이 매년 평가하는 제주특별도의 '초라한' 성적표에서 확인된다. 총리실이 특별자치도와 성과평가 협약을 맺고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추진실적을 점검한 결과 규제부문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째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총리실이 설문조사 방식으로 2018년 주민들이 인식하는 규제개선 체감 만족도(전반적인 기업환경 개선 정도)를 평가한 결과 5점 만점에 2.88점으로 보통(3.0)에도 미치지 못하고, 2017년 3.37점에 비해서도 대폭 하락했다. 특히 규제개선 체감 만족도는 2014년 3.20점, 2015년 3.14점, 2016년 3.00점으로 계속 하락하다가 2017년 3.37점의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2018년에 2.88점으로 다시 추락했다. 지난해의 기업환경 개선 정도는 최근 5년 평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총리실 역시 특별도의 지난해 기업환경 개선정도가 하위권을 맴돈 이유로 "미흡한 법·제도 개선"이라고 진단했다. 총리실이 법·제도 개선과 관련한 도민 인식을 분석한 결과 2014년 3.04점으로 보통(3점)을 웃돌았던 평가가 민선6기 임기중인 2015년 2.85점, 2016년 2.88점, 2017년 2.87점, 2018년 2.80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와함께 법·제도 개선의 부정적 응답은 입지지원, 자금·경영지원 등 다른 5개 평가항목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구체적인 응답분포를 보면 "규제가 개선됐다"는 긍정이 18.0%인 반면 부정은 31.0%로 13.0%p의 격차를 보였다. 총리실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보통(3.0점)에 미달하고 있고, 부정 응답이 다른 항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정이 총리실의 평가를 수용, 경쟁력 있는 국제자유도시 조성의 출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직사회의 반성과 원희룡 지사의 개혁의지가 급선무다. 총리실 평가는 지난 2014년 7월 1일 민선6기 출범후 주민들이 매년 규제로 고통을 겪는 것은 공직사회가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규제강화에 따른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조선시대 학동들이 가장 먼저 배웠던 교과서인 '천자문'과 '소학'에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으로 '지과필개(知過必改)'를 강조했다.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국무총리실이 지난해 평가를 통해 주문한 것처럼 신규로 개선해야 할 기업관련 법·제도에 관한 기업인의 광범위한 의견수렴, 특별자치도와 유사한 국외 도시의 기업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로 규제를 완화하는 원 지사와 공직사회의 실천을 다시 한 번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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