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취재1팀 차장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짧고도 매우 극적인 일화가 실려 있다.
인류역사의 초기, 즉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후 노아의 후손들은 다시시날(바빌로니아) 땅에 정착하기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은 도시를 건설하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탑을 세우기로 했다.

성경에 기록된 그들의 탑 건축목적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탑을 쌓아 올려 자기들의 이름을 떨치고 홍수와 같은 여호와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의 민족신 여호와는 노아의 홍수 이후에는 물로써 대심판을 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의 표징이무지개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호와를 불신하는 상징으로 바벨탑을 세운 것이다.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다. 

바벨탑 건설은 결국 혼돈 속에서 막을 내렸고, 탑을 세우고자 했던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서로 다른 언어들과 함께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최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에 도내에서 두 번째 높은 건축물인 '타워' 건설에 나서면서 경관과 스카이라인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건축심의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2002년 개발사업 승인 이후 17년간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타워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중문동 2546번지 등 22필지) 1만6530㎡에 연면적 3만215.08㎡ 규모로 지하 2층, 지상 6층 2동 건축물로, 높이는 150.23m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이 '타워'는 제주시 드림타워(38층, 169m)에 이어 두 번째 높은 건축물이 된다. 문제는 제주지역에 고층 건물들이 서로의 어깨를 짓누르며 경쟁이라도 하듯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 해안 일대는 물론 중산간 일대도 건물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여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아름다운 해안선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고, 우후죽순처럼 솟은 건축물로 인해 스카이라인도 무너졌다. 게다가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는 현재 제주의 모습이다.

제주도정은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의 사유화와 조망권 훼손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직시하고 치유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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