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전영실 작가

전영실 작가

지난 8월에 첫 개인전을 연 '늦깍이' 화가
"모든 작가가 겪는 고통 뒤에 있는 행복 느끼고파"
큰 고통과 압박을 이겨낸 후 성장할 때 뿌듯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와 함께한 4년 동안, 제가 어머니를 돌봐드린 게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하며 치유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19년여간 선생으로써 삶을 살다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한 전영실 작가(59)는 현재 '아트 인(Art in) 명도암'에서 '오늘 잘 놀았어'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 작가는 남들이 뭐라고 할까봐 의식하는 게 싫어서 제주를 떠났었다. 그 후 경제적으로 친정을 도왔다. 이 시기를 "자식이란 의무만 다했지,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50대가 넘어선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계속 앞만 보며 살아왔기 때문에 멈추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며 그 때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났다.

그 때 어머니가 치매 판정을 받고 처음에 무척 싫었고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단 걸 알고 제주에 있는 어머니를 당시 전 작가가 살고 있던 일산으로 모시고 와 요양원에 모셨다.

어머니를 도와드리려고 했을 당시 "어머니와 소통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동문서답하며 딴 말을 할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라며 어려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말로서 소통이 끊어질 때는 몸으로 대화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눈동자를 바라보며 내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언제 어머니의 손을 잡아보고, 눈동자를 봤던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남의 눈치를 보며 살던 어머니는 치매판정을 받고서야 진정 자유로워졌다"며 당당하고 자유로워진 어머니를 본 전 작가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있고 놀며 행복했다. 내가 먼저 치유됐고, 어머니도 치유됐던 것 같다"

전 작가는 "내 경험상 부모님과 더 이상 소통이 안 된다는 순간이 오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며 이번 전시에 오는 관람객들도 '어머니'란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용인이 온 적이 있었는데 몸으로 내 작품을 표현해줬다. 내가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관람객들만 느낌을 받아가는 게 아닌, 소통하며 영감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8월 갤러리 둘하나에서 열었던 첫 번째 개인전은 전시가 어떤 것이었는지 느끼느라 즐기지 못했지만 이번 전시에는 즐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라는 건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생물체 같다. 누가 보느냐에 따라 변형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나의 작품을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느끼는 바가 틀린 것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전시로 많은 영감을 받아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진 모르겠지만 모든 어머니가 여신같은 존재다. 자존감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걸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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