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 취재2팀 차장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인 고(故) 설리에 관련된 구급활동 동향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출동한 119구급대가 작성한 문건에는 사망 일시, 주소, 신고 내용, 본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소방 조사 결과 이 문건은 소방공무원이 동향 보고를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SNS로 유출됐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됐다. 

경기도 소방당국은 지난 17일 '대국민 사과문'을 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누구보다 모범이 돼야 할 소방공무원이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사실은 매우 부끄럽고 실망스럽다.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구급활동 동향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된 사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문건을 유출한 소방공무원 2명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했고, 보안교육 강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중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어떤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행동규범을 직업윤리라 한다. 직업인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로는 자기가 맡은 일에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의 공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직자나 공무원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공직자 윤리 요강에도 '재직 중에 물론 퇴직 후에는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어떤 경우든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등의 준수사항이 명시돼 있다.

이번 문건 유출 사태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많은 공직자 중에 사명감과 공복 의식이 투철하다고 꼽는 소방 조직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책임이 더 크다 할 수 있다. 소방공무원은 직업 특성상 화재, 구급, 구조 등 각종 재난·사고 현장에서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루기도 한다. 공무 수행에 있어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 윤리의식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연예인의 죽음을 흥밋거리로 삼는 참담한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공직사회에 '윤리의식'이라는 경종을 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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