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여수서 '제71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추념식' 거행
4·3수형생존인 오희춘 할머니도 참석…희생자 넋 기려
제주에서도 100여명 참여 의미 더해…"서로 연대해야"

70여년전 전남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14연대 군인들이 제주4·3사건 진압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여수시와 여순사건 지역민 희생자 지원사업 시민추진위원회는 19일 오전 11시 여수시 이순신 광장에서 '제71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제주4·3과 여순항쟁 두 사건의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함께 연대해 나가자는 뜻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4·3도민연대 등 제주에서도 100여명이 참여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특히 올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고 억울함을 풀어낸 4·3생존수형인 오희춘 할머니(89)도 참여해 희생자들의 넋을 함께 기렸다.

오 할머니는 "살아서 여순항쟁 추념식에 참석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형무소 수감 당시 여수와 순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여순항쟁이 발생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주4·3은 명예회복이 점차 진행되고 있지만 여순항쟁의 경우 아직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제주와 여순이 함께 단합하고 하루빨리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제주4·3과 여순사건은 역사적 공동체로 서로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면서 "올해부터 여순사건 유족회와 교류를 시작해 연대를 벌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추모사에 나선 주승용 국회 부의장도 "제주4·3은 20년 전에 특별법이 제정되고 국가기념일 지정, 대통령 사과까지 이끌어 내고 있지만 여순은 유족간 갈등과 정치적 상황 등으로 특별법 제정조차 걱정하고 있다"며 "제주4·3유족 여러분들이 여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제주와 여순 사이에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고 있는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여수와 순천지역에서 추념식이 따로 진행되고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소통을 통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로 모일 수 있는 작업들을 시급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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